[kjtimes=김봄내 기자]14년간의 해외 도피 끝에 국내로 송환된 거평그룹 나선주(52) 전 부회장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강남일 부장검사)는 회사에 수천억원의 피해를 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나 전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나 전 부회장은 나승렬 거평그룹 회장과 함께 지난 1998년 초 한남투자증권ㆍ투자신탁운용을 인수한 뒤 부도 직전이던 그룹 계열사들의 무보증 회사채 1800억원 상당을 한남투신운용의 고객 신탁 재산으로 사들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 전 부회장은 그룹 창업주인 나 회장의 조카다.
당시 한남투신운용 대표이사는 계열사 자금지원을 거부하며 사표까지 제출했으나 나 전 부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당지원을 강행했다.
나 전 부회장은 또 그해 3월 말 계열사 대한중석의 재산 387억원을 부도 위기에 처한 다른 계열사에 현금으로 대여하거나 대출 담보물로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대한중석도 총부채 3500억원에다 금융기관 대출금만 2800억원에 달해 자체 운영자금이 모자라는 상황이었다.
지난 1979년 나승렬 회장이 설립한 거평그룹은 무리한 인수 합병으로 사세를 키우다 IMF 외환위기를 맞아 계열사 대부분이 부도 위기에 처했고, 그런 상황에서 금융기관까지 인수했다가 사실상 그룹 전체의 부도를 맞게 된다.
나 회장과 그룹 핵심 임직원은 배임 등 혐의로 2000년대 초반 모두 기소돼 재판까지 받았으나 나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던 1999년 4월 미국으로 달아났다.
줄곧 해외 도피 생활을 하던 나 전 부회장은 비자만료로 불법체류자 신분이던 상태에서 한ㆍ미 수사 공조로 지난달 미국에서 체포돼 이달 초 국내로 송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