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유병철 기자] 한국적인 소재의 음악극과 무용극을 제작해 온 서울예술단은 올해부터 예술적 가치는 높으나 경제적 논리에 의해 시장에서 배제된 근·현대 가무극을 개발, 외국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국민들에게 전통양식의 단순재현이 아닌 현대적 재창조가 가미된 한국적 공연양식의 장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소개할 예정이다.
서울예술단의 근·현대 가무극 작품시리즈 개발은 언제나 경쟁력을 갖춘 한국 창작 소재의 작품개발이 필요하기에 ‘한국적인 것’ 즉, 우리 고유문화의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국내외 관객 및 후대와의 소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작품으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윤동주를 소재로 오는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윤동주, 달을 쏘다.’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윤동주는 일제 식민지라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지성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뇌와 아픔을 섬세한 서정과 투명한 시심(詩心)으로 노래한 시인이다. 그는 평생 단 한권의 시집만을 사후에 출판했을 뿐이지만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시인 중의 하나이며 그의 대표작 서시는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시로 평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가혹한 시대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윤동주의 솔직하고 담백한 언어로 표현된 주옥같은 명시가 한아름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시를 담은 가무극으로 공연된다. 특히 한 작가는 독립운동을 중심에 둔 윤동주 일대기가 아닌 역사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한 청년의 고민과 갈등을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시적인 감각으로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무대는 1930~40년대의 일제 시대상을 반영하며 현실과 초현실이 공존하는 복합적 공간이다. 윤동주의 깨끗한 시심, 내적 갈등은 ‘역사의 틈’이라는 미적 무대로 완성되었으며 그 틈 사이로 그가 살았던 역사적 공간이 모던한 현실주의적 건축물과 함께 존재한다. 여기에 윤동주 존재위로 항상 ‘달’이 등장한다. ‘달’은 윤동주가 시를 쓰거나 사색하는 밤에 언제나 함께 하며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동시에 조선을 강압하던 일제의 무게이다. 판타지한 최고의 무대를 선사할 ‘달’은 얇은 초승달에서 내적갈등과 역사의 혼돈이 커질수록 보름달로 몸집을 키워가다가 윤동주의 죽음을 통해 파괴된다.
총 21개의 뮤직넘버는 어느 시대보다도 다양한 음악적 재료와 산물들이 혼재되었던 일제 강점기 시대였기에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적 양식을 기본으로 한다. 군가, 창가, 모던이라는 틀을 적절하게 결합하였으며 윤동주라는 특정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나 내면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음악적 서술방식에 만족하지 않고 윤동주라는 인물을 좀 더 상징화하여, 그 시대의 아픔을 겪었던 조선의 청년, 민족의식 그리고 문학과 같은 소재를 좀 더 포괄적으로 음악 속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였다.
안무는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 보다는 각 장면의 함축적 움직임을 찾아 구성 위주의 군무 형태를 만들고자 하였고, 움직임의 화려함보다는 시가 읽혀진 후 관념의 잔상이 남듯 각 장면의 동작들을 연상케 하도록 구성하였다.
정혜진 예술감독은 “책은 인간을 혼자 있을 수 있도록 해주지만 공연은 한 공간에서 많은 이가 함께 공감할 수 있게 해주고 감동도 나눠준다. 윤동주의 시작 활동이 가장 충실했고, 작품들도 빼어났던 연전시절부터 일제치하의 살벌한 시국에서 죽어간 삶 그리고 그의 시를 통해 우리 지식인들이 겪은 고통과 삶의 주름을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시키도록 노력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