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필주 기자]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권, 기업, 정부가 모두 한꺼번에 가계부채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며 “생색내기 말고 국가 차원의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6일 신 회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기업도 했는데 핵폭탄을 안고 있는 가계라고 못할 이유 없다. 필요하다면 가계 부실자산 매입 기관(배드뱅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드뱅크는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방안으로 금융권이 배드뱅크를 설립해 주택담보대출채권을 매입해 주자는 것이다.
신 회장은 “배드뱅크가 잘못하면 도덕적 해이, 배임을 유발할 수 있어 어떻게 디자인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 지원 없이는 쉽지 않아 정책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개별 은행의 ‘리스백’은 대상자가 한정돼 있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이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후 재임대)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과 맞아떨어진다.
신 회장은 “농협은행에서 우리금융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과 같은 방안을 검토하지만, 검토 단계일 뿐이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보다는 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방안을 찾겠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농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고객에게 농협캐피탈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것 등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자산 250조원의 농협금융 회장에 앉은 지 3개월이 된 그는 서민금융도 좋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은 서민만을 위한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돈 잘 버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계열사 증자부터 시작한다. 5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고,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고 실무 작업 중에 있다.
신 회장은 “10월에 생명보험, 손해보험, 캐피탈의 증자가 있을 것”이라며 “손보는 600억원으로 이사회에서 확정됐고, 생명보험은 3000억원 이상, 캐피탈은 500억~6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은 정부의 현물출자 진행사항을 본 뒤 증자 규모를 결정하고, 증권회사는 주가 추이에 따라 증자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하면 농협생명을 제치고 4위가 되는 것과 관련해 “중자로는 경쟁력 확보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른바 퀀텀점프를 하려면 M&A를 해야 한다”며 “당장 M&A를 할 내부 상황은 아니지만 M&A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신 회장은 금리와 부가서비스에서 경쟁력이 있는 젊은 층 대상 신상품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로유통 등 농협중앙회의 경제산업 부문과 농협금융이 통합 멤버십을 출시해 시너지를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