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도 문제가 시끄러울 때 지난 주 일본의 지인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과 대화하면서 우연찮게 독도 문제가 화제가 되어 이야기를 했었다.
이들은 일본에 있을 때는 독도 문제에 대해 무관심했지만 한국에 와서 한국인이 독도 문제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왜, 한국인들은 독도 때문에 시위를 하는가? 독도가 한국 땅인가.”
이에 대해 우리는 아주 짧고 경쾌하게 답변해줬다.
“과거에도 한국 땅이었고, 고로, 지금도 한국 땅이다. 그런데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니 시위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해줬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런 대답만으론 독도가 한국 땅임을 수긍 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우리도 질문했다.
“일본은 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가?”
그들은 독도 문제에 대해 솔직히 지식이 없어 잘 모른다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어쩜, 독도가 일본 땅이기 때문에 일본도 일본 땅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이날 독도 문제를 놓고 벌인 대화는 한국도 일본도 논리적 승자가 없었다. 한국사람 입장에선 ‘독도는 한국 땅이다’, 일본 사람 입장에선 ‘독도가 일본 땅이다.’
이는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면 외국인이 봤을 때 ‘독도는 한국 땅일 것 같고, 일본 땅일 것 같다’는 50대 50의 논리다.
이들과 대화하면서 우리는 과연 독도에 대해 얼마나 풍부한 지식과 상식을 갖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길 가는 외국인들이 독도시위 장면을 보고 “독도가 왜 한국 땅인가” 물었을 때 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사실 우리가 고작 아는 것은 가수 정광태가 부른 ‘독도는 우리 땅’ 노래다. 그 노래 가사를 보자. ‘지증왕 십삼 년 섬나라 우산국 세종실록지리지 오십 쪽의 셋째 줄 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몰라도 독도는 우리 땅~’
만약 일본 사람이 ‘세종실록지리지 오십 쪽 셋째 줄 내용이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하면 대답할 수 있을까? 그건 일본 사람이 ‘일본사기라는 책에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세종실록지리지’ 50쪽 셋째 줄 내용에는 이런 게 실려 있다. ‘우산, 무릉 두 섬은 현의 동쪽 바다 한 가운데 있다. 두 섬은 멀지 않아 서로 왕래할 수 있으며, 날씨가 청명한 날이면 가히 바라볼 수 있다. 신라시대에는 우산국이라 불렀으며, 울릉도라기도 하였다.’
이 자체로는 일본인들에게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설득시키기 역부족이다. 평범한 일본 사람 하나 설득하지 못하면 우리는 세계 사람들에게 ‘독도가 한국 땅이다’란 사실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독도가 한국 사람들만 ‘한국 땅이다’고 받아들일만한 만족 할 상황이 아니다. 오늘날 독도문제는 한·일 두 나라의 정치·외교 문제를 넘어 경제·사회·문화·민간교류, 나아가 세계사적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이란 사실을 한국인은 안다. 이제 그 단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일본의 논리를 제압할 이론적, 과학적, 역사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
일본은 이미 국제적인 학문적 연구와 교과서 채택 등 과학적 접근을 차근히 해가고 있다. 감정을 앞세운 한국과 과학을 앞세운 일본, 세계인들은 어느 쪽이 설득력 있다고 판단할까.
독도에 대해 아는 것 없이 큰 목소리만으로는 이야기가 안 된다. 그렇다고 서울 주일본대사관 앞에 확성기를 틀어놓고 ‘독도는 우리 땅’ 노래 가사만 들려줄 수는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