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유원 기자] 기준금리가 2년 반 만에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아 그 여파가 거세다. 이자소득과 연금소득에는 치명타를 가하는 반면에,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오는 14일부터 기존 예금상품의 금리를 0.2~0.3%포인트 내린다. 현재 2.2%인 일반 정기예금 금리는 1.9~2.0%로 내려간다. 우리은행은 2.4%인 예금금리를 2.2~2.3%로 내려 다음 주 초 고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은 이르면 오는 13일, 하나은행은 다음 주 중 예금상품 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검토한다. 인하 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0.1~0.2%포인트가 유력하다. 국민은행도 정기예금 기본금리를 2.2%에서 더 내릴지 저울질하고 있다.
연금보험과 퇴직연금 가입자가 은퇴 후 받는 연금도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 현재 연금보험·퇴직연금 가입자는 각각 약 400만명이다.
은행·증권사·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저축은 보험료 납입기간 내 연평균 수익률이 최저 1%대로 주저앉았다. 1만 건 이상 가입 기준으로 생명보험사의 45개 금리연동형 연금저축보험 수익률은 평균 1.62%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10개 연금저축펀드(채권형)의 평균 수익률은 6개월 새 0.29%포인트, 은행이 판매하는 7개 연금저축신탁(채권형) 수익률은 0.06%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금리가 5%에서 2.5%로 낮아질 때 과거와 같은 이자소득을 유지하려면 2배의 목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에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1조8천억 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의 한 줄기 ‘빛’이다.
12일 금융감독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인하한 데 따라 가계와 중소기업, 대기업이 연간 약 1조8천억 원의 이자 부담을 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3월 말 현재 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을 토대로 살펴본 결과, 가계의 이자부담 절감액은 9천억 원, 중소기업은 7천억 원, 대기업은 2천억 원에 달했다.
가계대출은 458조8천억 원 중 76.0%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중소기업은 469조6천억 원 가운데 55.9%, 대기업은 160조1천억 원 중 56.5%가 각각 변동금리다.
가계대출 차주(借主)가 1천60만명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고객은 1인당 연 10만8천원, 매달 9천원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기업은 169만개여서 1곳당 연 93만2천원, 한 달에 7만8천원을 절약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와 기업에 정상적으로 효과를 낼지 점검할 계획이다. 은행이 순익 감소를 막고자 가산금리를 마음대로 높이는 등 기준금리 인하로 생기는 부담을 고객에게만 떠안기는 것을 막겠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리운용 현황과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며 “금리운용과 관련해 부당한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엄격하게 지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