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한규 기자] 오리온(001800) 그룹의 담철곤 대표와 이화경 부회장 부부가 지난 14일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것을 두고 재계 안팎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담 회장 부부의 등기이사직 사임은 최근 기업 등기이사에 대해 사회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오너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담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오리온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오리온은 담철곤·강원기 공동 대표이사 체제에서 강원기 단독 대표 체제로 바뀌게 되었다. 다만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오리온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등기이사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측은 “일반적인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두 사람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챙길 것” 이라며 “기업 외형이 커진 만큼 실무 경영진의 의사결정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경영상 크게 바뀌는 점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의 권한은 유지한 채 등기이사에서 사임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담 회장은 지난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오리온 직원 평균 연봉의 183배에 달하는 5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도 지적을 받는 등 각종 구설수에 시달렸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터 5억 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이사의 보수 내역을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사회 안팎으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담 회장의 행보는 등기이사가 사업 투자나 자산 처분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함에 따른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식의 사임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최근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등의 행보도 일종의 도피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담 회장의 행보에 대한 의혹의 눈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