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한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병원 등에 의약품 처방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 동화약품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 98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앞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통해 리베이트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제약회사를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리베이트 수법만 더욱 은밀하고 교묘해지기까지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동화약품의 경우에는 지난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리베이트를 자행해 온 것으로 알려져 더욱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동화약품은 2009년경 본사 차원의 판촉계획 등을 수립한 후 품목별로 판매목표액을 설정하고 병·의원 등에 목표 대비 일정비율로 금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종합병원과 개인의원 별로 영업추진비, 랜딩비(처방을 개시하는 대가) 명목으로 판촉예산을 할당하거나 제품설명회, 자문료 등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 의약품 처방 대가… 혼자 먹기? 나눠 먹기?
동화약품은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전국 1125개 병·의원에 13개 의약품의 처방 대가로 다양한 형태의 처방사례비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메녹틸, 이토피드, 돈페질, 클로피, 다이보베트, 베실산암로디핀, 아토스타, 록소닌, 리세트론, 세파클러, 파목클, 락테올, 아스몬 등 13개 품목의 처방대가로 병·의원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선지원 및 후지급 방식… 일부의사 고액 물품 요구
종합병원과 개인의원 별로 처방사례비를 선지원(SG)하거나 후지급(B)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현금지원 뿐만 아니라 상품권 및 주유권 의사가 거주하는 원룸의 임차보증금과 월세, 관리비 등을 대납한 사례도 있었으며 일부 의원들의 경우에는 1000만원 상당의 홈씨어터·골프채 등의 물품을 요구를 들어주기도 했다.
특히 2011년 11월경에는 아스몬의 출시 시 처방을 약속한 대가로 일부 의원에 대해 루이뷔통과 프라다 등 명품지갑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 병원(재단)에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공을 명목으로 매출액의 약 15%에 달하는 현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 제품설명회는 눈 가리고 아웅 하기?
공정경쟁규약에서는 집단적 제품설명회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1 제품설명회 명목으로 지원을 하는가 하면 해외학회 지원을 명목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협회의 학회 모집공고 전에 제약회사가 참석학회 및 참가의사를 선정하고 사후에 참석비를 정산해 지원하기도 했다.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개별기관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설명회,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학술대회 참가 지원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화약품은 제품설명회의 규모, 횟수, 방식 등이 허용하는 범위를 초과한 경우도 있었다.
의약품의 비리는 단순히 제약업체와 의사들 사이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리베이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의약품은 약값의 70%가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불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서는 지금 보다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제약회사는 물론이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에게도 면허자격 정지, 세무조사 등의 현실적인 강력한 제재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