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야 정치권이 내각불신임안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본 일본 이재민들이 실망과 분노를 쏟아냈다고 현지 언론이 2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卷) 시내의 미나토(湊) 초등학교에 피난 중인 마쓰카와 신이치로(松川眞一郞.71)씨 등의 말을 전했다.
마쓰카와 씨는 "경험한 적이 없는 재해였던 만큼 정부도 척척 움직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총리는 애를 쓰고 있으니까 한동안 일을 하게 놔둘 수밖에 없다. 국회를 해산해도 총선거를 할 처지도 아닌데 이런 시기에 국회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모두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센다이(仙台)시 와카바야시(若林)구의 농민인 와타나베 시즈오(渡邊靜南.59)씨도 "파벌 투쟁 같은 짓만 해서는 재해복구가 늦어질 것"이라며 "(정치인이) 이재민의 생활을 모르니까 그러는 것 아니냐"고 분노를 표시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동일본대지진 이후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천명에 이르는 미야기현 오나가와초(女川町)의 한 남성 공무원(39)이 "(정치인들이 하는 짓은) 도호쿠 지방의 재해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비웃었다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불신임안에 대한 이재민의 의견이 찬반 양론으로 갈렸다고 전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는 것이다.
도호쿠(東北) 지방의 자치단체장들도 중앙 정치 무대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무라이 요시히로(村井嘉浩) 미야기현 지사는 1일 저녁 일본 취재진에게 "재해 지역은 한시도 기다리기 어려운 상태"라며 "여야가 협력해 우리들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확실히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야기현 등은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면 재해 복구 자금 등을 포함한 2차 추경 예산 편성이 늦어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호쿠 지방 뿐만 아니라 도쿄 시민들도 여야가 벌이는 정쟁에는 신물이 난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가 1일 오후 7시께 도쿄 시부야(澁谷)역 앞에서 가두연설을 벌일 때 회색 외투를 입은 한 남성(64.무직)이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두라"며 "일본인으로서의 긍지가 없느냐. 이럴 때 다리나 잡는 짓을 벌이면 외국에서 웃을 것이다"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