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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커스컴 1인자 기시하라

"그의 손끝에서 남자들의 로망이 탄생한다"

일본 말로 ‘오타쿠’는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것도 주로 만화,  게임 등 서브컬처(하위문화)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서브컬처이면서도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 개조에 제대로 미친(?) 남자가 있다. 그것도 덩치가 헤비급인 아메리칸 트럭을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그가 커스텀(특별 주문 자동차)한 차량만도 500대가 넘는다. 그의 손끝에서 영화 ‘트랜스포머3’의 대장 로봇인 ‘옵티머스 프라임’ 같은 기발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차량이 빚어진다. 마이더스 손이 따로 없다.
일본 최고 커스텀 전문가 기시하라 야스노리. 그는 태어날 때부터 차를 좋아했다. 어릴 적부터 기계에 푹 빠졌다.

   
이제 어느 차를 보든 엑스레이 찍듯 내부를 훤하게 꿰뚫는 무시무시한 남자다. 일본에서도 각종 커스텀상을 휩쓸었다. 그의 최고 행복은 뭘까. “몸은 할아버지지만 20대 심장을 이식시켜 옛날 차(30년대)를 예전 모습 그대로 씽씽 달리게 하는 것”. 그의 꿈은 1에서 100까지 차량의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만들고 싶은 ‘궁극의 커스텀’ 완성이다.  방한한 그를 서울 강남 삼성타운 앞에서 단독으로 만나 커스텀의 세계를 들어봤다.

■ 초등학교 때부터 전기 제품 다 분해 ‘독학 기계박사’
그는 기계에 관한 한 자타공인 최고 기술자다. 전공도 기계공학과는 거리가 멀다. 순수하게 홀로 보고 익힌 독학자다. 초등학교 때부터 기계에 빠져 시계면 시계, 전기제품이면 전기제품 손에 잡히는 대로 분해하고 조립했다. 오죽하면 어머니가 “취업 걱정 안 해 편할 것 같다”고 했을까. 그런 부모 덕분에 “공부를 하나도 안 해도 됐다”. 기계를 만지다보니 관심이 자전거로 옮겨갔다. 오토바이와 제트스키, 자동차 순으로 이어졌다.
그는 “오토바이 면허 딸 나이가 되기 전에 부품들을 모으고 하나씩 조립했다. 나만의 오토바이를 만들었다. 면허가 나오자마자 바로 내 오토바이, 자동차를 타고 달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집 모양만 보고 집 내부를 훤히 꿰뚫는 건축 전문가처럼 기계를 보면 속이 어떤지 한눈에 알아본다. “기계에 대한 관심이 자동차 엔진에서 다른 기계에 저절로 연결돼 에어컨, 전기판, 라이트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기계를 보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눈에 보인다. 한 번 쓱 봐서 집 구조 자체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흔히들 자동차를 튜닝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튜닝과 커스텀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는 “튜닝은 자동차의 엔진과 브레이크 등 성능을 올리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에 반해 커스텀은 튜닝을 포함한 모든 것을 개조하고 만드는 맞춤형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 가장 좋아하는 차는 1930년대 자동차
그가 좋아하는 차는 어떤 걸까. 그는 “오래된 차가 좋다. 가령 1910년 T형 포드는 지금까지 미국 국내에서 달리고 있어 좋아한다”며 “커스텀할 때 가장 좋아하는 차는 30년대 자동차다. 일본차 수리도 해봤지만 요즘 차는 모델 체인지가 빠르고 메카니즘이 복잡하다. 컴퓨터를 도입해 재미없어졌다”고 했다.
30년대 차량을 좋아하는 이유는 “몸은 할아버지이지만 심장을 20대로 이식시킬 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자동차 심장이식이다. 이 시절 할아버지 차량에는 최신 기계, 트랜스미션 등을 모두 붙일 수 있단다. 현재 있는 차량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 “한 손님이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타던 캐딜락과 똑같은 차량을 가져온 적이 있다. 최근의 엔진을 붙여 달리게 했다. 손님도 나도 모두 기뻤다.”
커스텀, 특별 주문은 어떻게 이뤄질까. 그는 “손님이랑 먼저 어떻게 만들까 상담을 한다. 손님이 요구하는 것에다가 내 의견을 조언한다. 하지만 나의 느낌, 센스를 믿어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나의 색깔이 많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폰을 통해 60대 캐딜락 쿠페 드빌에 2003년식 엔진과 ABS 등을 집어넣은 차량 사진을 보여주었다. “3개월이나 걸린 엄청나게 힘든 커스텀이었다. 바퀴 휠 15인치를 22인치로 넓혀 이동을 편하게 했다”고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경험을 소개했다. 
   
▲ 기시하라가 자신의 집에서 커스텀을 하고 있다.

■ 아메리칸 트럭은 미국 문화의 상징
자동차 마니아인 그는 “자전거부터 시작해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보트, 세단 등 엔진이 달려 있으면 다 좋다”고 말했다. 그가 커스텀한 차의 숫자를 꼽아 보라고 했다. 그는 “너무 많아 모르겠고, 아마 500대가 넘을 것 같다”고 했다. 현재 그가 대표로 있는 이미지크래프트에는 차량광고용 커스텀 트럭만 수십 대를 소유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일본 내 차량광고 1위 기업인 케시원에 그가 보유한 아메리칸 트럭을 제공한다.
그가 커스텀한 차량은 옥외광고 중 차량광고로 기발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홍보를 위해 엄청난 와인병 모양을 실을 수 있거나, LED 전광판을 통해 모델을 소개한다. 외관의 광고 그림이 올라가고 그 안에 깜짝 신발 전시관을 꾸미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의 오토봇 같은 차량도 있다.
그런데 왜 아메리칸 트럭일까. 그는 “미국에는 아시아에 없는 특수 차량이 많다. 특히 아메리칸 트럭은 ‘미국 문화의 상징’이다. 왜 이런 차를 갖고 달리지 않을까. 일본에 갖고 와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미국 본거지에 가서 자신의 기술과 실력을 뽐내고 싶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백인이 만든 차량은 평가하지만 동양인은 잘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엄청난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당당히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

 

   
▲ 기시하라가 개조한 이미지 크래프트사의 커스텀차량.
■ “목표는 궁극 커스텀, 한국 시장 진출하고 싶다”
현재 일본의 커스텀 전문가는 150~200명 정도. 그는 대회 출전 때마다 ‘아메리칸 트럭 커스텀상’을 휩쓸었다. 그가 출품하면 심사도 하지 않고 상을 준다. 일본을 대표하는 ‘얼굴값’을 존중해서다. 
그의 남은 목표는 ‘궁극(窮極)의 커스텀’에 도전하는 것. “1에서부터 100까지 다 내 손으로 만드는 ‘궁극의 커스텀’을 완성하고 싶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맘에 안 들면 지붕을 잘라 내고 바디로 잘라버린다. 아예 유리 차체로 만들기도 한다. 나도 나만의 특징을 반영한 궁극의 커스텀을 만들고 싶다.”
일본 커스텀 시장에 대해 그는 “95년 버블시기만 해도 엔화가 급등해 장사가 잘 됐다. 그런데 지금은 엄청난 불경기라서 점점 하락세다. 사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은데 사지 못한다. 사치품을 사는데 생필품을 못사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일본식 튜닝, 커스텀이 유행한다고 들었다. 비록 한국 자동차의 역사가 짧지만 스포츠 차량 등 옛차를 소중히 생각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포니 등 옛날 차를 커스텀해보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한국에서 커스텀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피력했다. 그는 “광고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한국에 커스텀 일 갖고 와 전해주고 싶다. 일본에 있는 커스텀 애호자와 함께 한국을 달려보는 것도 계획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또 “일본에는 옛날 차에 새 부품을 교환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며 점점 발전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아빠들의 차인 닛산의 스카이라인의 경우 새 엔진을 정착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 미국과 비슷한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조만간 커스텀이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박명기 기자 

 

   
▲ 자신이 개조한 커스텀 차량을 직접 운전하고 있는 기시하라.

 

 

*팁1. 이미지 크래프트는?
기시하라는 일본 최고 커스텀 기술을 자랑하는 이미지크래프트의 대표다. 이 회사는 명실공히 일본 1위 차량광고업체인 케시원과 사업 파트너다. ‘미국 트럭’과 ‘커스텀 문화’가 결합돼 10~20대와 직장인을 주로한 주 소비층을 대상으로 운행 시간 장소를 맘대로 어필하고 있다. 오렌지색에서부터 유럽 취향의 둥근 원형의 차량까지 수많은 튜닝 트럭이 구비돼 있다.
신문 방송 인터넷보다 크리에이티브한 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이미지크래프트의 차량 래핑은 그 자체가 ‘한류스타’ 등을 반영하는 등 기발하고 재미난 이슈를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또한 전세계 유일한 차량이라는 신비감, 신선함이 일본에서도 선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팁2 슈퍼카와 커스텀은 찰떡궁합?
슈퍼카와 커스텀은 잘 어울리는 짝일까? 그는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를 커스텀해달라고 하면 하는데 장르가 다르다”며 “명품 옷을 뽑은 사람들은 그 가게 센스를 믿어서 사는 거다. 다른 사람의 개입을 싫어하는 것 같다. 내 람보르기니는 개조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대당 3억원을 호가하는 세상에 3대밖에 없는 람보니기니를 보유하고 있다. 집안 내 작업장에서 이 람보르기니를 수시로 커스텀한다.
그는 “슈퍼카의 경우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이너의 생각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나는 나만의 차를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며 “람보르기니든 아메리칸 트럭이든 나의 특징을 반영해 세상에 단 한 대뿐이 없는 차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