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최악의 미세먼지 발생 상황에서도 좀 처럼 볼 수 없었던 마스크 물결이 도심 거리를 뒤덮고 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구매가 급증하면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이 제품들에 대한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마치 전염병 창궐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들이 실제 현실에서 재현되고 있다.
치명적인 전염성과 치사율을 가진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일명 우한 폐렴)로 인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지난 2010년대 초반 발병했던 사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도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상황에서 신종 감염증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백신 개발이 늦어질 경우 제2, 제3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학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의 창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4세기 유럽에서 발생했던 흑사병으로 인해 최소 7500만, 최고 2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었다. 1918년 발생해 현대판 흑사병으로 불렸던 ‘스페인 독감’은 약 5000만명이 목숨을 앗아갔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재로서는 전염병 예방과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들의 건강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5년 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 확충과 관련 약품 확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바 있다. 그렇다면 이후 문제점으로 지적된 상황들은 개선됐을까.
중앙 역학조사관 부족 문제와 국가 항바이러스제 비축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우려를 낳고 있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현안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의심사례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나가 어떤 병이 어떻게 시작되고 퍼져나가는지 조사해 실질적인 방역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인력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보건복지부는 역학조사관 확충 방안이 포함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1월말 기준 중앙 역학조사관 43명 정원 중 32명만이 일하고 있으며 11명(25.6%)이 결원 상태다.
국가 항바이러스제 비축량이 목표치에 미달하는 부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독감에 대비한 국가 항바이러스제의 인구대비 비축률은 영국의 경우 79%, 일본은 47.7%, 미국은 33%이지만 우리나라의 비축 목표치는 인구대비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실제 비축량은 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도자 의원은 “역학조사관은 감염병의 최전선을 지키는 핵심인력임에도 불구하고 4분의 1 이상이 결원 상태”라며 “인력 수급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역학조사관 부족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 항바이러스제의 비축량 목표치를 기존의 30%에서 2019년 25%로 하향했지만 이조차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허술한 전염병 대비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