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최근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18년 적자로 돌아선 지 2년여 만인 2020년 3분기에 흑자로 전환되면서 시장과 증권사들이 2021년에 대한 긍정적 전망(영업이익 1조원대)을 내고 있는 추세다. LG디스플레이의 최대주주는 LG전자로 37.90%(2021년 1월 18일 기준)를 보유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사업구조는 ▲TV(LCD+OLED) ▲Automotive(차량용) ▲IT(노트북·태블릿·모니터) ▲모바일 ▲커머셜(비디오월, 엘리베이터, 자판기, 전자칠판, 가게용 카운터화면 등)의 5개 부문으로 나뉘며 각 분야별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드러나지 않은 부정적 요인을 지적하며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야심찬 시장 선도 계획…결과는 ‘?’
사실상 LG디스플레이의 계획은 지난 2017년부터 중국·대만이 한국의 업체를 추월하기 시작한 LCD에 대해 감산과 일부 라인을 IT용으로 전용하고 이로 인한 빈틈을 기술격차가 큰 OLED로 대체해 2020년에 OLED 매출 비중을 40%로 늘리는 등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이뤄내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의 전체 매출 중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분기 36%에서 2분기 41%로 늘어났다가 3분기에는 32%로, 4분기에는 28%로 줄어들었다. 이듬해인 2020년 2분기에는 23%로 급락했다가 3분기 28%로 다소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세계시장 점유율이다. 2018년 28.3%에서 2019년에는 28.1%로 소폭 감소했으나 2020년 3분기 21.4%로 급락했다. 또한 TV용 패널의 경우 2019년 상반기 2295만장으로 글로벌 2위를 차지했던 것이 2020년 상반기 1179만장을 기록하며 글로벌 6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를 해석하면 경쟁력이 떨어진 LCD TV용 패널 매출이 감소하고 그 빈자리를 OLED가 적기에 메워주지 못하다가 코로나사태로 인한 생활형태 변화로 TV 등의 매출이 늘고 2020년 12월10일 대만의 지진과 일본 NEG의 공장 정전사태 등의 반사효과로 실적이 반전했다고 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추락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LG디스플레이가 2021년에 반등하기 위해서는 OLED TV용 패널의 실적이 대폭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생산은 중국 광저우공장(55인치 기준 월 6만장 규모 가동)과 경기 파주공장(55인치 기준 월 7만장)이 커버해도 실제 OLED TV 제조사들의 판매가 늘어야 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은 OLED를 주력으로 하는 LG와 2021 미니LED 출시를 추진 중인 삼성+중국+대만+애플 연합세력의 대결구도로 전개될 예상된다”며 “LG는 기술적 우위와 색감표현성에 강점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니LED는 ‘무게+두께+절전성능(30%)+가격’ 등의 강점을 내세워 LG디스플레이의 주도권을 공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Automotive와 IT에 대한 LG디스플레이의 기상도도 그리 좋지는 못한 상황이다. 일례로 LG디스플레이가 개척한 시장인 Automotive의 경우 2020년 1분기에 글로벌 점유율 18%(11만대)로 1위를 차지하면서 오는 2025년에 460만대를 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IT는 선방, 모바일 패널시장 확장은 어려울 듯
노트북과 태블릿, 모니터 등을 아우르는 IT에 대한 LG디스플레이의 글로벌 점유율을 보면 해를 거듭할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노트북 및 태블릿의 경우 2018년 28.8%이었던 것이 2019년에는 27.2%로, 2020년 3분기에는 21.9%로 줄었다. 모니터의 경우에도 2018년 30.7%이었으나 2019년과 2020년 3분기 각각 27.5%와 24.5%를 나타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LG디스플레이 내 매출비중(연도별/분기별 매출)은 거의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노트북과 태블릿의 매출비중은 22%(2019년 1분기)→22%(2019년 2분기)→20%(2019년 4분기)→20%(2020년 1분기)→29%(2020년 2분기)를 기록했다. 또 모니터의 경우 17%(2019년 1분기)→18%(2019년 2분기)→18%(2019년 3분기)→16%(2019년 4분기)→17%(2020년 1분기)→23%(2020년 2분기)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노트북+태블릿+모니터’의 연도별 매출은 2018년에는 ‘3000만대+2500만대+3600만대’를, 2019년에는 ‘2900만대+2320만대+3480만대’를 기록했다”며 “코로나19 반사효과가 반영된 2020년 2분기를 제외하면 연도별·분기별 매출은 거의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제는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하락 중인 것”이라면서 “LCD라인 일부를 고가 IT용으로 전용하겠다는 구조조정 초기의 계획이 성사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진단했다.
LG디스플레이 모바일 부문의 매출 비중은 다소 파도를 타는 듯한 형국을 나타냈다. 2019년 1분기 25%이었던 것이 2019년 2분기에는 19%로 크게 줄었다가 2019년 3분기와 4분기 각각 28%와 36%를 기록하면서 회복세를 나타냈다. 그리고 2020년 1분기에는 32%를, 2분기에는 25%를, 3분기에는 29%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LG디스플레이 모바일 부문의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한 변수는 아이폰 납품 실적이다. 이 회사는 2019년 500만대의 아이폰을 납품했다. 2020년에는 1800만대를 납품했으나 아이폰12 발매 지연으로 상당부분 2021년으로 이연된 상태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2020년 4분기에 1억2435만대의 아이폰을 납품하며 글로벌시장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모바일용 패널 분야에서 더 이상의 확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특히 회사측에서는 2021년 3500만~4000만대의 아이폰 납품을 기대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LG측의 기대치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적의 이유는 두 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하나는 2021년 기대치의 경우 애플의 협력업체 정책이 한 회사에 오더를 몰아주지 않으며 LG가 납품하는 것은 아이폰12 4개 모델 중 하나(6.1인치 아이폰12 맥스)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애플 외 나머지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장악한 상태라는 것이다.
기사회생의 행운 ‘또 따를까’
한편 LG디스플레이는 과거 중국과 대만의 추격으로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변하던 시점마다 행운이 따랐다. 수차례 대만의 지진으로 기사회생을 했다. 실제 대만에서는 2006년 12월 29일과 2010년 3월 5일, 2013년 3월 29일, 2018년 2월 6일에 지진이 일어났다.
2020년 12월 10일에도 진도 6.7의 강진이 대만에 일어나 일부 LCD라인의 중단을 미루며 산소 호흡기를 단 상황이다. 그러나 2013년과 2018년의 지진은 중국과 대만 세력에 맞서 LG디스플레이가 적극적인 대규모 투자를 할 타이밍과 구조조정을 통한 변신(LCD→OLED)의 기회를 놓치게 했다.
뿐만 아니다. 2018년 전후로는 당시 비록 적자지만 매출의 90%를 점유하던 LCD 세력과 신규 사업인 OLED 세력의 격렬한 내부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결국 2019년 9월 한상범 부회장의 퇴진(명목상으론 실적부진, 내면적으론 내부갈등 컨트롤 실패)과 정호영 사장의 선임으로 연결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정 사장은 ‘2021년 부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과거 대규모로 이익을 내던 시절에도 경쟁력 유지를 위한 차기년도 투자를 위해 일부 배당과 내부 포상금 외에는 당해년도 이익분에 더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투자자금을 마련하는 사이클이 반복돼 왔다.
때문에 최고 27조원대의 매출(2017년) 외에는 사실상 이익 측면에서는 기여한 부분이 크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계속된 투자와 자금조달은 2020년 2분기에 차입금 13조4000억원, 금융비용 3500억원이라는 ‘슬픈 재무구조’를 보이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와 대만 지진 등은 2021년 1분기까지는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 춘절이 지나면 수요도 꺾일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 만큼 LG디스플레이는 결국 LCD를 대폭 축소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OLED 분야가 후발주자와 미니LED 등 경쟁자들의 분투 등으로 인해 치열한 경쟁 상황이 예상보다 조기에 올 가능성도 있다”면서 “특히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각 회사에 수율은 나중에 내더라도 우선 생산량을 맞춰 시장에서 한국과 대만과 경쟁하라는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