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방위사업청과 조달청 입찰에서 입찰가격을 담합한 제일피복공업·한일피복공업·삼한섬유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방위사업청과 조달청이 2012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벌인 공공기관 보급물품 구매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담합한 제일피복공업·한일피복공업·삼한섬유 등 3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88억9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과징금은 제일피복공업 27억9500만원, 한일피복공업 29억1900만원, 삼한섬유 31억78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삼한섬유는 위원회 심의 직전인 지난 1월1일자로 폐해 시정명령의 이행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해 시정명령 없이 과징금 처분만 부과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피복공업 등 6개 사업자는 2012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방위사업청 또는 조달청이 실시한 272건의 보급물품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 가운데 대광사, 한일상사, 코데아 등 3개 개인사업자는 폐업 등의 사유로 종결 처리됐다.
보급물품은 국방부, 교정청, 경찰청 등의 공공기관에서 평시 또는 훈련 시에 필요로 하는 물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가죽과 섬유 제품으로 다양한 종류로 생산·판매된다.
공정위는 “내부적으로 하나의 조직처럼 운영되는 6개 사업자는 각각의 명의로 입찰에 함께 참여하기로 합의하면서 각 사업자의 투찰가격을 0.1~0.3%의 비율로 차이를 두어 낙찰확률을 최대한 증가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제일피복공업 등 6개 사업자는 가족관계 등으로 구성된 사업자고, 일명 ‘한일그룹’으로 불린다. 입찰에서 외부적으로는 경쟁관계로 가장해 참가했으나 내부적으로는 하나의 조직처럼 운영됐다. 합의 내용대로 총 272건의 입찰에 참여한 결과, 150건의 입찰에서 낙찰을 받아 계약을 체결했다.
공공기관 보급 물품은 소규모의 시설 투자로도 생산할 수 있고, 생산 공정도 비교적 단순한 편이므로 중소기업의 시장진입이 다른 제조산업에 비해 쉽고 대부분의 입찰도 중소기업 간의 과열 경쟁 양상을 띠는 특성이 있다.
이들은 방위사업청 또는 조달청을 통해 공고되며 입찰참가자 수가 많고 과열 경쟁 양상을 띠는 입찰에서 낙찰확률을 극대화하고자 외부적으로 경쟁 관계인 것처럼 가장해 입찰에 함께 참여하기로 하고 담합을 실행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방위사업청, 조달청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보급 물품 구매 입찰 시장에서 장기간 은밀히 진행된 입찰담합행위를 적발·제재함으로써 향후 관련 입찰에서 경쟁 질서를 확립하고 국가 예산 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공 입찰에서 담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감시하고, 담합 징후가 발견될 경우 신속한 조사를 통해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