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재벌 기업들의 사내외이사 선임과 재선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주총 관련 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각 기업들이 선임한 이사들의 자격 여부를 냉철하게 평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일부 대기업 오너들이 범법 행위로 유죄를 선고 받고도 지주사와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를 겸직하며 매년 배당과 연봉으로 수백억원을 챙기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 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해 15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수령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35억 170만원)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5개 계열사에서 총 150억 407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동안 ‘과다겸직’ 등으로 지적을 받아온 신 회장은 지난 23일 롯데제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롯데제과는 이날 서울 양평구 본사에서 제5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 회장과 이경훤 롯데중앙연구소장, 황성욱 롯데제과 재무전략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CGCG는 신 회장의 롯데제과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했는데, 가장 큰 이유로는 신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차지했다. 그는 롯데 총수 일가 경영비리 사건 등으로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구체적으로 롯데 총수 일가의 증여세 포탈 비리,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 임대 비리, 롯데피에스넷 불법 지원 비리, 계열사 급여지급 횡령 비리, 총수 비상장주식의 고가매수 비리, 롯데면세점 및 롯데백화점 입점 비리 등 경영비리 등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관련 K-스포츠재단에 뇌물을 공여한 혐의도 받았다.
신 회장은 경영비리 사건 중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와 관련, 배임의 유죄판결(특정경제범죄법 위반)을 받았고, 뇌물공여 혐의도 최종 유죄가 선고됐다. CGCG는 경제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후보는 중대한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공정거래법상 롯데그룹의 동일인으로 현재 회사를 포함해 롯데지주,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와 에프알엘코리아,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CGCG는 “신 회장의 계열사 임원 겸직은 지주회사의 연결자회사를 고려하더라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신 회장은 과다한 겸직으로 인해 이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CGCG는 상근 대표이사는 비상근 이사보다 높은 책임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겸직을 엄격하게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 회장은 지난 3년간 이사회 출석률은 41.7%(2019년 40%, 2020년 25%, 2021년 66.7%)로 매우 낮다. CGCG 지침에 따르면 이사회 출석률이 75% 미만인 이사들에 대해서는 업무의 충실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해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오는 25일 열리는 롯데지주 주주총회에서도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CGCG는 “신 회장의 기업가치 훼손 이력과 과도한 겸직, 저조한 이사회 출석으로 인해 이사로서의 충실한 임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한편, 올해 2월, 일본에서 신동빈 회장의 경영 승계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대형 출판사 '다이아몬드'는 저자 마쓰자키 다카시의 저서 『経営者交代 ロッテ創業者はなぜ失敗したのか(롯데 창업주는 왜 경영자 교체에 실패했나)』를 출간했다.
이 책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신동빈 회장 형인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 승계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간돼 두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인 광윤사의 최대 주주는 지분 50%+1주를 보유한 신동주 회장이다. 신동빈 회장의 광윤사 지분은 38.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