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25시

"중국은 희토류, 미국은 기술"…미·중 자원 패권 전쟁, 한국 선택은

첨단산업 필수 광물 놓고 세계 공급망 재편
일본은 의존도 90%→60% 낮춰…한국은 80% 이상
"한국, 제조 강국 유지 위한 '정교한 줄타기' 전략 시급



[KJtimes=견재수 기자] 스마트폰과 전기차, 풍력발전기, 그리고 최첨단 전투기까지. 이 모든 산업의 핵심에는 ‘희토류’가 있다. 최근 세계 경제 안보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희토류를 두고 중국과 미국, 일본이 치열한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압도적인 생산 지배력을 바탕으로 희토류를 외교·경제 협상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은 공급망 독립과 기술 혁신으로 맞서고 있다. 자원 빈국이지만 제조 강국인 한국 역시 이 경쟁 속에서 공급망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용감 연구위원은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자원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은 대중 의존도를 크게 낮춘 반면 한국은 여전히 80% 이상의 높은 의존도를 보이며 공급망 전략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 중국, 희토류로 세계 공급망 장악…“희토류는 경제 무기”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키운 계기는 1992년 덩샤오핑의 발언에서 시작된다.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이후 중국은 약 30년 동안 희토류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했다.

초기에는 저가 덤핑 전략으로 세계 경쟁자를 밀어냈다. 값싼 노동력과 느슨한 환경 규제를 활용해 대량 생산을 이어갔고, 결국 미국 캘리포니아의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이던 마운틴 패스까지 문을 닫게 만들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난립하던 광산을 정리하고 국가 통제를 강화했다. 현재는 ‘북방희토류 그룹’과 ‘중국희토류 그룹’ 두 개의 국영기업 체제로 재편됐다.

그 결과 중국은 희토류 산업 전반에서 채굴(약 60%), 분리·정제(약 80%), 영구자석 제조(90% 이상) 등 압도적인 영향력을 확보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이를 단순한 과점이 아닌 “희토류 생태계 장악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희토류는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세륨, 란타넘 등 주기율표에 속한 17개 원소를 통칭하는 광물 자원이다. 지구상에 비교적 널리 분포해 있지만 정제 과정이 까다롭고 환경오염 문제도 커 실제 생산 가능한 국가는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희토류는 첨단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로 꼽힌다. 스마트폰의 진동 모터를 비롯해 전기차 구동 모터, 풍력 터빈, 반도체 장비, 스텔스 전투기의 전자 장비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중국은 외교 갈등이 발생할 경우 희토류 수출 통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도 한다.

다만 중국 역시 무분별한 수출 금지는 부담이 크다. 공급을 차단할 경우 미국과 일본 등 서방 국가들의 탈 중국 공급망 구축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희토류 자체 수출 금지 대신 ‘기술 통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희토류 가공 기술과 영구자석 제조 기술 수출 금지 조치다.



◆ 미국 “단기 고통 감수해도 탈 중국”… 일본, 센카쿠 충격 이후 15년 전략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영향력을 장기적인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첨단 무기인 F-35 전투기에도 희토류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내 희토류 광산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자석 제조 공장 건설을 확대하는 한편, 동맹국들과 협력해 공동 공급망을 구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기업 MP Materials와 USA Rare Earth는 채굴부터 자석 생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또한 한국·일본·EU·호주와 함께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통해 공동 비축과 공급망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한 차례 희토류 위기를 겪었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일본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일본에서는 이를 ‘희토류 쇼크’라고 부른다.

이후 일본은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핵심 전략은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고, 이를 대체할 소재를 개발하며, 재활용을 확대하는 세 가지 방향에 집중됐다. 특히 폐가전과 자동차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이른바 ‘도시광산’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일본의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는 2010년 약 90% 수준에서 현재 60% 이하로 낮아졌다.

◆ 세계 희토류 공급망, 세 가지 시나리오… 한국 “줄타기 전략 필요”

포스코경영연구원은 미·중 간 희토류 경쟁의 향후 전개를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망했다. 

첫째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강하게 제한할 경우 전기차와 방위산업 등 주요 첨단 산업에 큰 충격이 발생하는 ‘공급 충격 시나리오’다. 둘째는 서방 국가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거래를 완전히 끊지는 않는 ‘경쟁 속 공존 시나리오’다. 셋째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희토류 공급망이 형성되는 ‘공급망 분열 시나리오’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중국과 서방 모두 자멸적 피해를 입게 되는 첫 번째 시나리오보다는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는 두 번째 시나리오 혹은 각자 갈 길을 가는 세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갖춘 국가이지만 자원은 부족한 편이다. 특히 희토류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한국의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80% 이상이며, 전기차 모터 등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자석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9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한국이 단기적으로 중국 공급망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서방 공급망에 참여하는 ‘줄타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광산 투자, 국내 정제 기술 확보, 재활용 산업 확대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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