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동계곡,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으로 재탄생

서울시,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 풍경으로 복원

[kjtimes=견재수 기자]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이 실제로 나타났다. 조선 후기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의 화폭이 됐던 종로구 옥인동 ‘수성동계곡’의 정취를 이제 시민들이 직접 걷고 느낄 수 있게 된 것.

 

10일 서울시는 “지난 2010년 옥인시범아파트 철거과정에서 수성동계곡을 문화재로 지정한 이래 복원공사를 진행, 공사를 모두 마무리해 11일부터 시민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속 경관을 복원한다는 목표로 진행된 이번 공사는 옥인시범아파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수성동계곡의 역사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2010년 기념물 제31호로 지정함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

 

당초 서울시는 주변 경관을 훼손하고, 안전문제가 우려되는 노후한 옥인시범아파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그 자리를 인왕산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산자락 녹지로 조성해 주변 경관을 회복할 계획이었다.

 

9개동 306세대로 이루어진 옥인시범아파트는 1971년도에 건축되었으며, 재난위험시설(안전등급 C등급)로 지정되어 주민들의 안전요구에 따라 철거했다.

 

시는 2008년 옥인시범아파트 철거부지 도시계획시설(녹지) 결정을 시작으로 올해 복원사업이 완료되기까지 1,060억(토지 및 건물보상 1,005억, 녹지조성 및 수성동계곡 복원 55억)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했다. 이번 사업은 옥인아파트 철거부지 녹화와 함께 이뤄졌다.

 

서울시는 옛 수성동 계곡처럼 암석 지형을 회복시켜 옥류동의 원형을 되찾고, 역사와 생태가 어우러진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특히, 복원사업은 역사, 전통, 생태체험 공간이라는 취지를 바탕으로 인위적인 시설물을 최소화해 옛 경관을 회복하고자 했다.

 

우선 계류부의 암반지역은 최대한으로 암반을 노출시켜 자연미를 살리고 녹지 위주로 조성했으며, 시설물은 전통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 시설물 위주로 돌, 목재 등 자연소재를 이용해 설치했다.

 

주요 시설물로는 계곡 옆으로 사각 전통정자인 ‘사모정’ 1동과 일부 목교와 데크 등만을 최소한으로 설치했다.

 

 

또한, 수성동계곡을 옛 경관으로 복원하기 위해 주요 식재 수종을 전통적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소나무 등으로 1만8,477그루를 심었다.

 

주요 수종인 소나무, 상수리 등 참나무류 등 우리고유의 향토수종 위주로 키큰나무 677그루를 식재했고, 급경사지 등 복원이 필요한 곳은 성토 후 키작은 나무로 산철쭉 등 17,800그루와 돌단풍, 띠, 바위취 등 다량의 초화류를 식재해 주변과 조화되도록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계곡부에는 사각의 전통정자 형식인 ‘사모정’을 설치, 간단한 긋기단청을 도입해 옛 선비문화의 간소함을 강조했으며, 계곡 중간 중간에는 징검다리 형태의 목교를 설치해 관람객들의 이용이 편리하도록 했다.

 

계곡의 중간 중간에는 전통 보막이를 돌쌓기로 조성하고, 계곡 좌우측은 계안돌쌓기 등 전통방식으로 처리해 계곡을 복원했다.

 

또한 산책로, 광장 등 불가피하게 포장이 이뤄진 부분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고려해 소포석 포장 및 황토포장 등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이용했다.

 

시는 시민들이 ‘겸재 정선의 수성동계곡’과 똑같은 위치에서 계곡의 실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정선이 직접 그림을 그린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인 수성동계곡 초입 광장부에 관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겸재 정선의 수성동 계곡 그림 속에는 기린교를 막 건넌 듯한 세 선비와 동자가 수성동 안쪽으로 행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있고, 가벼운 붓놀림으로 이끼 낀 바위와 질감을 표현하고 있다.

 

기린교 아래로는 물소리로 이름난 수성동계곡을 흐르는 물이 좋은 소리를 내며 흐르는 듯 형상화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관람공간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각계 전문가 및 사회단체, 문화재과 등과 수차에 걸친 자문회의 및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적으로 완성, 가장 효과적인 위치로 정했다.

 

더불어 조망지점에는 겸재 정선의 ‘수성동’ 그림과 일치되는 아트보드를 경관 조망에 저해되지 않도록 굴절 형태로 설치했고, 관람 공간의 경계 부분은 관람객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면서도 경관의 시야확보를 위해 고려기와 진회색의 편강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또한, 관람공간 주변에는 대형 그늘목과 함께 원형의자를 설치해 관람객들의 휴식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편, 문화재로 지정된 이곳은 조선시대의 수성동(水聲洞)으로 불리며, 조선시대 역사지리서인 <동국여지비고>, <한성지략> 등에 ‘명승지’로 소개된 바 있다. 더불어 겸재 정선의 <수성동> 회화에도 등장했으며, 안평대군의 집(비해당)이 있던 곳으로 당시 경관이 오늘날에도 일부 유지되어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이곳과 관련해 추사 김정희의 시 ‘수성동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다’ 등 많은 시가 전해지며, 조선 후기에는 박윤목 등 중인층을 중심으로 저명한 시사(詩社)가 결정되는 등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문학이 사회저변으로 확대되는 계기를 만든 조선 후기 위항문학(委巷文學)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계곡 아래에 걸려 있는 돌다리는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고, 도성 내에서 유일하게 원위치에 원형 보존된 통돌로 만든 제일 긴 다리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이 평가된다.

 

서울시는 수성동계곡이 옛 모습을 찾게 됨에 따라 주변의 인왕산 서울성곽길(한양도성)과 함께 서촌 지역의 대표적인 역사경관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광빈 서울시 공원녹지국장은 “최근 비온 뒤 현장을 방문한 결과 경관이나 물소리가 옛 선인들의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개발시대에 사라졌던 수성동계곡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옛 모습을 되찾은 만큼, 서울 한양도성내 새로운 역사경관 명소로 사랑받고, 나아가 지역가치가 재발견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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