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심상목 기자]미성년자가 보유한 주식이 지난해 말 현재 4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와 국세청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주식을 보유한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9만2000명이었다. 이러한 수치는 1년 새 4배 급증한 규모로 주식시장 전체 주주의 1.8%에 해당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3조9510억원이었으며 당시 시가총액의 1.4%였다. 1인당 평균 4295만원을 보유한 셈이다.
미성년자 주주들의 보유액은 2004년 3700억원에서 2009년 7500억원, 2010년 1조1290억원에 이어 작년 4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작년 말 미성년자 주주들의 보유액은 20~24세(1조1820억원)와 25~29세(3조4980억원) 연령층보다 많았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주식이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만 20세 이전에는 혼자서 증권 계좌를 개설할 수 없어서다.
증여세는 기간과 액수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조금씩 물려주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방식으로 증여를 받는 미성년자는 수천명에 달했다.
2010년 기준으로 증여를 받은 19세 이하 미성년자는 5989명이었고 이중 10세 미만도 2213명이나 됐다.
이들이 신고한 증여 신고가액은 7120억원이었다. 1인당 신고가액이 약 1억2000만원에 달했다.
신고대상 미성년자 중에는 신고가액이 50억원이 넘는 경우도 6명이나 됐으며 이중 2명은 10살도 안됐다.
부모 등에게서 50억원 넘게 증여받은 대상자는 2006년 3명, 2007년 7명, 2008년 20명, 2009년 2명에 이어 작년 6명으로 보통 10명 이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이 가장 많았다.
또한 막대한 부동산을 물려받아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된 미성년자도 적지 않았다.
2010년 기준으로 20세 미만 종부세 대상자는 171명에 달했고 세액은 4천1800만원이었다. 바로 위 연령층인 20대(20~29세) 종부세 대상자도 1149명이나 됐다.
미성년자 종부세 대상 가운데 주택분 과세 대상자는 59명, 종합합산토지분은 115명, 별도합산토지분은 4명이었다.
종부세 부과기준이 완화돼 미성년자 대상자는 2008년 434명에서 2009년 216명으로 줄었고 2010년에는 더욱 감소했다.
현재 종부세 대상 기준은 주택 6억원 초과(1세대 1주택자는 9억원 초과), 종합합산토지 5억원 초과, 별도합산토지 80억원 초과 등이다.
부유층의 증여·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은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트리고 반감을 키울 수 있다. 특히 편법, 탈법적인 수단이 동원되는 경우에는 사회적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아버지가 부자면 아들도 부자로 운명이 결정되는 사회는 절망감을 키워 사회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사회 갈등을 키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