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심상목 기자]국세청이 ‘숨긴 재산 추적팀’을 통해 고액 체납자의 재산을 찾아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올해 1~7월까지 고액 체납자의 1420명으로부터 8633억원의 체납 세금을 징수했다. 이중 5103억원을 현금 징수하고 2244억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했으며 사해행위 취소소송 등으로 1286억원의 조세채권도 확보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의 재산 은닉 수법은 매우 교묘했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본인의 재산을 가족 명의로 옮겨 놓는 수법에 조사관들 마저 혀를 내둘렀다.
상장사 대표인 A씨는 경영권과 보유 주식을 팔아 수백억원을 챙기고도 본인 명의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파산신청을 했다.
회사 매각대금은 A씨와 임직원, 임직원의 처·자녀, A씨의 장모 등 73차례에 걸쳐 치밀하게 자금세탁한 뒤 부인에게 넘어갔다.
부인은 이 돈으로 60평짜리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고 10여 개의 수익증권과 가상계좌를 개설해 돈을 굴렸다.
국세청의 추적이 불안했던 A씨와 부인은 계좌에 든 돈을 며칠 이용하고 해지하는 방식으로 추가 자금세탁을 하고 차명계좌에서 차명계좌로 이체하면서 다른 사람 이름을 이용했다. 이를 통해 A씨는 틈만 나면 외국 골프여행을 다니며 호화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국세청은 임직원을 설득해 A씨의 재산을 추적, A씨 아내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아내 명의 주택을 가압류해 8억 원의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중견건설업체 사주인 B씨는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이 악화해 법인세 등 밀린 세금이 320억 원에 달했다. 회사가 망했지만 호가가 수백억 원인 부동산을 지방에 미등기한 채 숨겨뒀다.
사전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방법으로 부인과 자녀에게 대형 빌딩과 골프장을 넘겨준 뒤 국세청과 검찰의 추적을 받자 외국 휴양지로 도피해 장기체류 중이다. 국세청은 B씨의 미등기 부동산을 찾아내 공매처분해 체납액 전액을 현금 징수했다.
수출법인 대표인 C씨는 허위수출에 의한 부정환급 추징세액을 수백억 원 체납했다.
C씨 명의의 국내 재산은 없었다. 세무조사에 따른 ‘세금 폭탄’이 예상되자 일찌감치 본인 소유의 수십억 원짜리 건물을 부인에게 증여하고 자신의 재산은 금융기관에 근저당을 설정해 대출을 받아놓은 덕분이었다.
C씨는 강남에 아내 이름으로 된 60평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연간 20회 이상 미국, 일본 등으로 골프 관광을 다니면서 유력인사 행세를 했다.
국세청은 C씨의 배우자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71억 원의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중견기업 회장 D씨는 부동산을 양도하고 60억 원을 체납했지만 미국 뉴욕에 수십억 원짜리 초호화 콘도미니엄을 보유하고 회사 명의의 고급승용차를 이용했다.
D씨는 국세청이 외국 부동산의 소유사실을 확인하고 압박하자 밀린 세금을 내기로 약속했다.
국세청이 밝힌 사례 중에는 부동산 투기로 번 돈의 세금을 허위매매계약서를 만들어 세금을 탈루하고 세무조사 통지를 받자 수십억 원의 금융재산을 현금으로 숨긴 지방 모 병원 이사의 부인도 있었다.
김연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일부 고액체납자의 사례를 보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특히 출입국기록이 빈번하거나 국외송금 과다자 등 외국에 재산을 숨겨둔 체납자를 중점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추적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