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2016년 창립 40주년을 앞둔 현대산업개발이 경영권 간섭 가능성과 신생계열사에 대한 10대 자녀 출자, 현대아이파크몰 상가 불공정약관으로 인한 공정위 철퇴에 직면하며 큰 과제를 안게 됐다. 재계일각에서는 수면 위로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진퇴양난’ 상황에 정몽규 회장이 적지 않은 고심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최대주주 자리 놓고
펀드운용사와 엎치락뒤치락
우선 재계 일각에서는 정몽규 회장 가장 고심 거리로 경영권 간섭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 회장의 경영권 간섭을 제기한 데에는 템플턴자산운용과 현대산업개발이 수년 간 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양새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정몽규 회장은 7월26일, 본인 외 8인의 지분율 18.83%를 확보하며 2010년 이후 2년간 양보했던 최대주주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펀드운용사인 템플턴자산운용이 지난달 6일 현대산업개발의 보통주 27만3890주를 매수해 지분율 19.01%로 다시 최대주주에 오른 것이다. 정 회장은 최대주주 자리를 탈환했지만 약 2주 만에 다시 내줘야 했다.
정 회장이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자 재계에서는 오너십 강화와 경영권 방어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위한 행보로 해석했다. 이는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는데 비상장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까지 동원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의 시각인데 아이콘트롤스는 정 회장이 51%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로 정 회장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 주식 9만5000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업황이 장기침체에 빠지고 매출이 하락하자 경영 안정을 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현대산업개발의 주력 분야인 주택시장이 이렇다 할 활로를 못 찾고 있는 분위기로 이어지자 실적 또한 악화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올 2분기 5500억 규모의 매출을 올려 작년 동기 대비 32.7%나 급감했다.
이에 템플턴자산운용이 최대주주 자리를 2주 만에 되찾아 오면서 현대산업개발의 분위기 반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 재계의 해석이다. 특히 이러한 분위기를 넘어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간섭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템플턴자산운용은 기존에도 최대주주였고 현대산업개발을 우호적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는 장기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최대주주자리가 잠시 바뀐 상황에 대해 “당시 주식시황 상 현대산업개발의 주식을 매입하기에 적기였기 때문에 시기가 겹쳤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템플턴자산운용이 여러 차례 지분 변동 공시를 하면서 “향후 투자대상 기업이 경제협력기구 및 월드뱅크 기업지배구조 원칙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소수 주권 행사를 통해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는 점에 경영권 간섭설의 근거를 두고 있다. 이는 “템플턴 측이 전략적 투자자의 위치도 될 수 있다는 바를 시사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아이파크 상가 점포주와 불공정 약관으로 공정위 철퇴
2004년 10월 영업을 시작한 현대아이파크몰은 지난해 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 했다. 올 상반기에만 이를 뛰어넘는 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내년에도 흑자 경영이 확실시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상가임대차계약서의 불공정 약관이 논란이 돼 공정위로부터 권고조치를 받았다.
공정위가 주목한 부분은 상가임대차 계약서 가운데 ‘보증금 및 임대료 자동인상조항’을 비롯해 7가지 불공정 조항이다. 이 약관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임대사업자의 권리를 강화하거나 확대하는 반면 임차인은 부당한 의무를 통해 불리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약관법상 무효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차임 또는 보증금의 감액청구권이 보장돼 있고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또는 차임 등의 증액이 있은 후 1년 내에 증액청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현대아이파크몰은 계약체결 다음해 1월1일부터 매년 1.5%의 차임 등이 자공 인상되는 것으로 정했고 임차인의 감액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자동인상 규정을 삭제하고 임차인에게 차임 등 감액 청구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수정토록 시정 권고했다.
지난 2007년에도 세입자들에게 불리한 약관을 적요해 공정위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지만 이 같은 불공정 약관은 지속된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2007년은 패션관이 교통유발부담금과 관련해 공정위의 권고조치를 받은 사안으로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이며 올해는 임대료 인상에 대한 사안으로 현재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적자 회사 ‘아이시어스’, 10대 자녀들 출자 주목…4대강 담합 건설사 오명 해결도 과제
지난해 11월 정몽규 회장은 신생계열사 아이시어스의 3자 배정 유상증사를 실시했다. 총 5만 주로 주당 5000원에 발행해 총 2억5000만원 규모다. 이 가운데 정 회장 본인이 2만주를 출자했고 부인(김줄리앤), 차남(정원선), 삼남(정운선)이 각각 1만주씩 출자했다.
아이시어스는 작년 7월 IT 서비스를 기반으로 설립된 신생 계열사로 10대 자녀의 첫 출자 회사라는 점에서 주목받게 됐다. 이로 인해 고봉군 대표(13.3%)와 계열사인 아이서비스(53.3%)의 지분은 낮아졌고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은 총 33.4%로 높아지게 됐다.
재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아이시어스가 지난해 매출액 0원에 영업이익은 -4060만원이라는 초라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아직 출범한지 1년이 막 지난 회사라고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타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목적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것에 비해 긍정적인 시작으로 보기 부족하다는 시선이다.
특히 자녀들의 첫 출자가 이루어지는 회사의 경우 모기업의 일감몰아주기로 인해 매출이 상승하고 지분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가 거론될 때마다 아이시어스가 단골 계열사로 거론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새로운 게열사를 시작하면서 신사업 분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담합 건설사’라는 오명도 지워야할 과제다. 지난 6월, 4대강 정비사업 턴키공사 입찰 당시 담합을 한 19개 건설사가 공정위로 과징금을 부과 받았는데 현대산업개발은 무려 50억 4700만원이라는 과징금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난제를 안고 창립 4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제시한 비전대로 2016년 매출 10조원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