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국사편찬위원회가 일왕을 천황으로,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고치도록 출판사에 권고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도 ‘성노예’란 표현을 빼도록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9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김태녀 의원은 “국사편찬위가 모 출판사의 교과서에서 ‘일왕’을 ‘천황’으로 표기할 것을 권고했으며 ‘을사늑약’도 ‘을사조약’으로 수정할 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2012년 9개 출판사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 영역에서 일본 편향적 교과서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지적한 ‘천황’의 경우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한국 역사관에 비춰 볼 때 암묵적인 금기 용어라는 해석이다. 게다가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압적으로 식민지화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을사늑약’을 일본 사관에서 판단한 ‘을사조약’으로 수정하도록 한 것은 매우 적절히 못하다는 평이다.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도 이 같은 문제를 더 키우는 것으로 지적됐다. 홈페이지 카테고리 가운데 ‘한국역사용어시소러스’를 클릭해 ‘일왕’이나 ‘을사늑약’을 검색하면 검색이 되지 않는 반면 ‘천황’과 ‘을사조약’은 검색결과가 확인된다.
이에 대해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검증 심의에 대해 당시에는 보고를 받지 못해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절차를 밟아야 하겠지만 (지적된 용어를)바꾸는 것이 옳다"고 해명했다.
무소속 정진후 의원도 국사편찬위원회가 친일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은 갑자기 독도를 방문해 한일 역사전쟁을 촉발한 반면, 우리나라 국사편찬위는 우리 학생들이 배울 역사교과서를 심사하면서 친일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질타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가세해 "정부에서도 쓰고 있는 '성노예'란 표현을 교과서에서 빼도록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모 출판사 교과서에 기재돼 있는 ‘일본군 위안부(성노예)’라는 제목 가운데 ‘성노예’를 빼고 ‘일본군 위안부’로만 표기하도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서 집필진은 “‘위안부’라는 표현만으로 일본군들이 당시 여성에게 가했던 반인륜적 폭력성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고 본다. ‘성노예’는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고 편수용어를 반영해 ‘위안부(성노예)’로 병기한 것”이라고 반박해 수정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출판사 의견 일부가 반영돼 ‘성노예 생활을 강요 받았다’는 형식으로 교과서에 실렸다.
이 같은 국사편찬위원회의 일본 편향적 용어 사용 권고에 대해 김태년 의원은 “왜 이렇게 일본에 친절하시죠? 국사편찬위원회인가 일본사 편찬위원회인가”라며 강하게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