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군림해 온 일본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4~9월)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반기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1997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22일 일본 재무성은 2012년 상반기 무역통계를 발표한 자리에서 3조 219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화로 약 22조 6500억원 규모이며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유럽과 신흥국 수출 침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들도 “9월 무역수지가 5486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3분기 연속으로 적자의 수렁에 허덕이고 있으며 동월 적자 폭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가라치웠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수입은 2.6% 늘어 35조 3790억엔, 수출은 2% 감소한 32조 1600억엔을 기록했다.
상반기 수입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발전용 원유와 LNG 수요가 크게 늘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년 동기比 LNG 24.3%, 원유 8.3%씩 수입량이 증가했다.
이에 비해 수출은 작년 동기比 2.0%를 나타냈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가 주요인으로 반도체와 전자부품, 선박 수출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중국 지역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진 가운데 자동차가 무려 44.5%나 판매 감소세를 기록했다.
일본 내 기업 체감경기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악화 요인으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 침체와 유럽발 재정 위기를 꼽았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자유무역 추진과 엔화 강세를 잡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인데도 아직까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현실과 다소 거리가 먼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엔화강세를 의식한 듯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부양책을 유도하고 수출경쟁력을 지원사격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노다 총리가 임시 각료회의를 열어 긴급경제대책을 강구하라는 지시와 일본은행이 국채와 자산매입기금을 늘려 시중에 돈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는 이와 같은 침체 분위기를 타파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편,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의 순국제투자액은 지난해 말 무려 253조 엔을 기록해 GDP의 50%가 넘을 정도로 막대하다. 21년째 다른나라와 비교해도 수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순국제투자액은 오히려 1년 전과 비교해 0.6% 상승한 3조 1800억달러로 중국의 1조 7000억달러, 독일의 1조 1000억달러보다 높다. 순국제투자액은 정부와 기업 개인의 대외투자액에서 외국인 투자액을 뺀 수치로 한국의 경우 지난해 971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