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인터넷 뉴스를 뒤적이다 '이웃집 포탄소리에도 무관심한 일본' 제하의 한 교수 기고문을 읽었다. 이 기고문이 인터넷뉴스에 걸린 시간은 8일 저녁 9시쯤 되는 것 같다.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설마 하면서 그 내용까지 유심히 읽었다. 결론은 오도와 편견 그리고 근시안적 사고의 틀에 갇힌 기고문이나 다름없다.
인하대 동양어문학부 강사라고 밝힌 이 기고자의 글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11월30일, 일본의 지인으로부터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그것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과 관련해서 이웃나라 일본의 친구가 필자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고맙고 따뜻한 편지였다. 그러나 그보다도 필자의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옆집에 불이 났는데도 무관심한 일본인이 얼마나 많은가 - 일본인에게 국가라는 의식은 이미 희박해질 대로 희박해져 조국을 사랑할 수 없는 일본인은 이웃에도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된 것이 아닐까요? 일본의 TV에서는 옆집에 포탄이 떨어지고 난리가 났는데도, 가부키 배우의 싸움난 뉴스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이 강사의 글을 본 순간 요즘 한 개그 프로의 유행어가 떠올랐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한 남성 개그맨의 말을 빗대어 비유하겠다. "뭐, 일본이 무관심했다고~~!"
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폭격이 발생하자 일본 NHK는 정규 방송 축구중계를 중단하고 서울을 연결해 북한의 공격 소식을 보도했다. 일부 민방도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속보 방송으로 북한의 해안포 공격과사격 소식을 전했다. 일본의 언론은 9일 현재까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그 뿐인가?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지난 26일 오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한 각료회의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기간에 모든 각료는 원칙적으로 도쿄를 떠나지 말 것’과 ‘긴급사태 발생 시 1시간 내에 출근할 것’을 지시했다.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는 지난 25일 오후 경기 성남 율동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일본 국회의원들도 분향 대열에 동참했다.
이게 일본의 무관심인가? 나는 사업차 한 달에 두 세번 일본을 오간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일본에서 가장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여태껏 일본으로부터 하루 10여통 이상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 상황 괜찮냐" "전쟁 일어나지 않느냐"는 근심과 걱정어린 말투의 전화였다.
이 강사가 적은 글에는 과거의 한일 역사적 사례까지 들먹이며 일본의 무관심에 대한 변명 이론을 나열했다. 괜한 트집잡기식 글은 바람직 하지 않다. 팩트만을 놓고 이야기 하자. 지난 6일 한국·미국·일본의 외무장관들은 워싱턴에서 회동을 갖고 북한의 도발시 공동대응하자는데 합의도 했다. 그래도 일본의 무관심인가? 오히려 연평도 폭격을 왜곡하고 오도한 송영길 인천시장,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진짜 무관심한 한국의 숨은 가면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