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대한생명보험(현 한화생명)이 최순영(74)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과 관련해 10년 넘게 다퉈온 290억원대 세금소송에서 결국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8부(김인욱 부장판사)는 대한생명이 서울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등 취소 청구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회사 측은 2001년 7월 납부한 세금 293억원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재판부는 "726억여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 처분을 취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해당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처분이 이중과세라거나 원고가 최 전 회장의 횡령액을 손해배상 채권 형태로 사내 유보하고 있다는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한생명 대주주였던 최 전 회장은 1997년 8월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군도에 역외펀드를 만들어 회삿돈 8000만달러를 빼돌렸다.
과세 당국은 최 전 회장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자 8000만달러를 원화로 환산한 금액을 회계상 1998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익금)에 산입해 회사 측에 통지했다.
대한생명은 최 전 회장에 대한 원천징수 근로소득세로 293억원을 납부한 후 당국에 세액을 줄여달라고 청구했으나 아무 답변도 듣지 못했다. 이어 국세심판 청구마저 기각된 끝에 2002년 6월 소송을 냈다.
2심은 "대한생명과 최 전 회장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익금 산입을 전제로 한 통지는 위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소득처분에 있어서의 사외유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외화 밀반출과 계열사 불법대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 전 회장은 2006년 7월 징역 5년과 추징금 1574억여원이 확정됐다.
또 대한생명은 최 전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000억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