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취임과 동시에 가공식품 등 생필품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는 것을 지적한 박근혜 대통령이 서민경제 안정과 물가잡기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제빵 전문기업 SPC가 빵값을 전격 인상한 부분을 놓고 체감 소비자 물가 부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출범 초기부터 물가 상승 부담을 안고 시작한 박근혜 정부가 어떠한 제스처를 취할지 업계 전반에 걸쳐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업계 1위 기업이 가격을 올릴 경우 동종 업계 전반에 걸쳐 제품가격 인상에 대한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의 빵 값 인상은 지난달 25~26일부터 시작됐다. SSM(기업형슈퍼마켓)과 편의점에 공급하는 삼립 샤니 빵 10여종의 평균 가격을 7.7%가량 올리면서다.
딸기샌드 등 일부 제품은 12.5%나 인상됐다. 밀가루 가격 인상에 따라 시간차로 여겨진 빵 값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식사대용 식품의 대표격인 빵 값이 인상되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 부담도 그만큼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SPC는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빵 가격을 일단 보류한 상태지만 아직 올리지 않은 제품에 대해 오는 21일부터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업체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가격 상승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밀가루 값이 오른 상태에서 빵 값의 인상은 제빵업체 입장에서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PC가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꼼수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제품값을 올리면서 제품명과 포장 일부를 바꿔 새 상품처럼 공급했지만 중량 등 내용물의 변화는 없었던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스펙에 대해 큰 변화를 주지 않고 리뉴얼된 제품이라고 소개해 가격 인상을 유도하는 것으로 유통업계에서 종종 사용되는 방식 같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달 중순, SPC가 식자재로 납품하는 삼립빵의 가격도 10% 인상될 것이라는 소식이 관련업계를 통해 전해지면서 SPC의 빵 값 인상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햄버거와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용 빵이 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만약 현실이 될 경우 빵과 관련된 식품 가격의 도미노 인상을 사실상 업계 1위 기업인 SPC가 견인한 꼴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가격 인상폭에 대한 부분도 논란 소지로 지적됐다.
관련업계와 시민단체에서는 밀가루 가격이 8% 인상될 경우 빵 값 상승요인은 0.7%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난 2010년 기준 한국은행 산업연과표에 있는 빵·과자류 생산가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인 9.1%를 적용했을 때 수치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CJ제일제당과 동아원, 대한제분, 삼양사 등이 연달아 올린 밀가루 가격은 8~9% 수준으로 SPC의 빵 값 인상폭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PC는 지난달 1일부터 가격 인상분이 적용된 밀가루를 파리바게트에 공급하고 있지만 파리바게트의 빵 값을 인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부 매장은 1월 1일자로 몇몇 제품 판매가를 소폭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부당 인상에 대해 엄정 대처를 천명한 가운데, 하루 뒤인 28일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공식품 업체의 편법 가격 인상에 대해 강력한 대처를 펼칠 것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