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장밋빛에서 잿빛으로…왜(?)

준비 덜 된 부실 청사진으로 시작, 사공은 많은데 전부 뒷짐만

 

 

[kjtimes=견재수 기자] 장밋빛 청사진은 결국 잿빛으로 변했다. 31조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린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이 결국 좌초됐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을 노린 30개 출자사는 물론 서부이촌동 주민까지 연쇄적인 도미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용산개발 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는 이날 오전으로 예정된 52억원의 금융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52억원은 전날 만기에 이른 2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다.

 

이에 따라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는 회생가능성 여부를 검토한 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거나 청산절차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용산개발과 엮여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해 사업의 불씨를 살리기에 너무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용산개발의 시발점은 코레일이 소유하고 있는 용산 차량기지부터다. 애초 적자 만회를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이곳이 잘만 개발된다면 엄청난 수익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부지 개발로 발생되는 부동산 수익이 회사의 적자를 만회하고 재무건전성 효과를 볼 수 있어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이후 코레일은 삼성물산 컨소시엄에 부지를 매각하고 29.9%의 지분까지 투자해 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용산개발 사업에 더 멋진 날개를 달아준 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2007년 오 전 시장은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용산개발을 연계하는 계획을 세웠고 같은 해 8월 양측은 합의문을 작성했다.

 

당초 차량기지 부지만 개발하길 원했던 코레일은 각종 인허가권이라는 목줄을 쥐고 있는 서울시와 한배를 타게 된 것이다. 이때 서울시는 용산 기지와 한강 사이에 놓인 서부이촌동 일대를 사업 범위에 포함시켰다. 고래 두 마리 사이에 2200여 가구의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낀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여기까지 진행되는 동안 배는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장밋빛은 어느 순간 잿빛으로 변했다.

 

갈수록 늘어 가는 금융비용과 지역개발에 뒤따르는 보상 문제로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사업성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경기 둔화로 인한 지역 상권이 악화일로에 접어들면서 개발 후에도 사업 초기 꺼낸 든 청사진 만큼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속출했다.

 

결국 개발이익을 보고 뛰어든 대형 자본은 하나 둘씩 하차하기 시작했다. 2010년 용산개발의 주관사인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을 포기하고 주관사 지위를 내려놓은 것이 가장 큰 예다.

 

삼성물산에 이어 롯데관광개발이 뛰어들었지만 주춤했던 배는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앞으로 들어가야 할 천문학적인 투자금과 사업 후 수익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사업 추진을 더디게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결국 배를 좌초시키기 직전까지 만들었다. 31조라는 단군 최대 프로젝트에 쌈짓돈 수준인 52억원을 막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동안 용산개발 사업을 꾸준히 지켜본 관계자들은 소극적인 자세의 출자사들까지 한 몫 거들었다는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30개의 출자사 가운데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의 전환사채 발행에 참여한 업체가 단 한 군데도 없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계획으로 등을 떠밀리다시피 참여하게 된 서부이촌동 2200여 가구의 주민들은 공항상태에 빠졌다. 주민 일부는 사업이 틀어진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가구당 평균 3억원이 넘는 빚을 안게한 작금의 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자이다. 

 

용산개발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은 것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 초기 장밋빛 청사진 한 장으로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떠든 것 자체가 사막 위에 신기루와 같은 것이 었다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대외적 여파를 무시할 수 없지만 31조 규모의 엄청난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에 내포된 의미는 뒤로한 채 눈앞에 펼쳐질 이익만 생각한 결과가 아닌가 성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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