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한국 주력수출품들이 일본 엔화 공습에 줄줄이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나라 수출품 10개 가운데 4개의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추락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15일, 올해 1∼2월 한국과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경합하는 49개 수출품 가운데 절반인 24개 품목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49개 경합 품목은 세계관세기구(WCO)가 분류하는 ‘HS코드 6단위’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겹치고 있다. 이들 품목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금액 기준)에서 51.4%의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 중 21개 품목(전체 42.8%)은 지난해 플러스 수출증가율을 보이다 올해 마이너스로 급락했다. 10개 품목은 지난해에 비해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엔저 현상이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는 분석과 무관하지 않다.

일례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석유제품·자동차·기계류 등이다. 이들 품목은 우리나라 10위권 내 주력 수출품이면서 일본과의 경합도가 크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 석유제품의 경우 수출증가율이 지난해 43.9%에서 올해 -0.7%로 급락했다. 반면 일본은 -41.8%에서 4%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 품목은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이다.

자동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디젤 중형승용차 수출증가율의 경우 한국은 지난해 59.5%에서 올해에는 -11.8%로 뚝 떨어졌다. 반면 일본은 -36.3%에서 12.3%로 급상승했다. 일본의 가파른 상승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한 셈이다.

디젤 트럭과 가솔린 중형승용차도 지난해 플러스 수출증가율에서 -2.3%, -0.6%로 각각 급락했다. 이와 반대로 일본은 5∼10%대의 탄탄한 실적을 유지했다.

엔저의 후폭풍 속에서도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한 품목은 휴대전화·항공기 부품, LCD 등 9개 품목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최근 급속히 진행된 엔저 현상이 우리 수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엔저가 더욱 속도를 낼 경우 그나마 힘겹게 제자리를 지켜오던 전기전자 등 일부 수출품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