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삼성증권의 해외법인 인사 시스템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홍콩법인에서 IB를 담당하던 삼성증권 前 이사 A씨가 법정 증인에게 위증을 부탁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홍콩 현지에서 법정 구속된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삼성증권 관계자는 “A 前 이사가 위증교사 혐의로 구속됐지만 회사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인사 시스템을 거론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삼성증권 홍콩법인 前 이사 A씨는 지난 2009년 삼성증권이 국제 IB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같은 홍콩 내 법인을 두고 있는 글로벌 은행 M사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인물이다.
당시 홍콩법인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전초기지 의미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조기정착을 위한 일환으로 홍콩 현지 출신의 우수인력을 대거 영입했다. 홍콩법인을 갖고 있던 글로벌은행 M사와 N투자그룹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했던 A씨도 이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이렇게 영입된 직원 대부분은 약 2년 후 규모가 축소됐다. 지난 2010~2011년 사이 홍콩법인에서 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손실이 나자 직원의 80%가 감원대상에 오를 정도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원인이다.
그 사이 A씨는 삼성증권 홍콩법인에 근무하던 시기였으며 개인 투자사를 별도로 운영해 자신의 투자사에서 이뤄진 거래 중 일부를 이용, 홍콩 상장사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심도 받았다.
홍콩현지에서는 이를 놓고 홍콩법인의 손실과 A씨 사이 일말의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증권 관계자는 “홍콩법인의 1000억원대 손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때문”이라며 “A 前 이사의 투자사 운영과 주가조작 혐의는 현지에서 혐의를 벗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0~2012년 사이 증권사가 해외 투자로 손실을 본 1억5080만달러(1637억원) 가운데 삼성증권의 비중은 1억 590만달러(1150억원)에 달한다. 18개 투자증권사 손실액의 70%가 넘는 수치다. 이 중 홍콩법인의 손실이 1000억원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왜 유독 삼성증권 홍콩법인에만 집중적으로 휘몰아 쳤는지 이해하지 힘든 부분이 있다는 시각이다.
A씨의 개인투자사 운영과 주가조작 관련 의혹은 이런 점에 기인해 제기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 홍콩법인의 손실 1000억원이 단지 금융위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회사측의 설명이 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 前이사가 삼성증권 홍콩법인 이사로 근무하면서 위증 교사 혐의로 법정 구속된 것은 사실 아니겠느냐”며 “삼성증권이 해외 인력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업계 일각의 반응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