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은행권이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 후폭풍으로 올 한 해 고전할 것을 전망되고 있다. STX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 규모가 무려 13조원을 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로 인해 은행권의 올해 실적에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진 모양새다.
STX그룹은 현재 극심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 ㈜STX, STX엔진, STX중공업, 포스텍이 모두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STX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 총액은 13조1910억원에 달한다. STX그룹의 채권 비중은 산업은행 29.53%, 수출입은행 17.26%, 농협은행 16.98%, 우리은행 11.63%, 기타은행 10.61%, 정책금융공사 8.6%, 비은행계 5.39%다.
은행권은 이 같은 상황에서 STX그룹 후폭풍의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단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입장이다.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 은행들이 쌓아야 할 충당금의 최소 적립비율은 7%다. 1조원의 채권이 있다면 7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문제는 은행권의 STX그룹 여신 규모가 12조원을 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액은 최소 84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다만 보증에 대한 충당금은 선박 건조나 공사가 끝나면 환입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막대한 신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그룹 5개 계열사의 자산총액은 23조원이다. 금융권에선 채권단의 신규 운영자금 지원액만 ‘조(兆)’ 단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실제 STX조선에는 이미 2000억원의 운영자금이 지원됐다. 게다가 지난 6일 회의에선 산업은행이 STX중공업과 STX엔진의 긴급 운영자금으로 1900억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만기가 도래하는 막대한 회사채’란 복병이 있다. 채권단은 이 같은 회사채를 다량으로 보유 중이다. STX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사채 중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9800억원, 내년에는 1조3300억원이다.
만기 도래 회사채 지원액과 신규 운영자금 지원액, 충당금 적립액 등을 합치면 채권은행이 부담해야 할 자금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은행권은 이 같은 상황에서 막대한 추가 부담 때문에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실적 쇼크’로 불릴 정도로 올해 1분기 실적이 저조했던 탓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어떤 해법을 제시하면서 충격을 완화시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