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유원 기자]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깜짝’ 내린 한국은행이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 이번에는 진원지가 일사불란한 조직 내부다. 내부 게시판에 이달 금리결정이 잘못됐다는 비판 글이 실명으로 올라온 것.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K모 차장은 한은 내부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린 ‘금리결정에 관한 짧은 견해’란 글에서 전날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하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이 글에서 “지난 4월 금통위 이후 총재는 여러 자리에서 금리동결 입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발언들을 한 바 있다”며 “4월 중앙은행의 자존심을 보여줬으니 이젠 정책협조가 옳다고 판단했는지, 소위 ′선상반란′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납득하기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금리인하의 이유로 제시한 추경과 주요국의 금리인하도 이번 인하의 이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경 편성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도 아니고 금리를 인하한 유럽연합(EU)과 호주는 기축통화 보유국 또는 그에 상응하는 국가”라며 “물가나 성장 전망이 4월에서 특별히 바뀐 점도 눈에 띄지 않아 인하논리가 매우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인하로 한은은 독립성이 훼손됐고, 아울러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K 차장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독립성도 구기고 정책협조 효과도 약화되는 상처만 남긴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은 물론 우리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특정 금통위원의 반란이었다면 이는 금통위원 임명구조와 해당 금통위원의 무소신 문제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제여건에 특별한 변화가 없었음에도 어느 금통위원이 갑자기 견해를 바꿔서 동결을 할 수 없었다면 1차적으로 정부압박, 잘못된 금통위원 임명구조, 해당 금통위원의 무소신이 문제”라며 “총재는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덮어두고 금리인하에 대한 경제논리를 제시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택했어야 옳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전 현재 이 글엔 4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중 반절 가량이 ‘소신을 지지한다’ ‘실명을 밝힌 용기를 응원한다’ 등의 내용이었다. 반면에 ‘조직 분란을 만들지 마라’ ‘총재는 금통위원 7명 중의 1명일 뿐이다’ 등의 옹호성 발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