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식품전문회사 ‘농심그룹’이 경제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너일가 100% 지분보유 비상장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회사기회 유용, 특약점주에 대한 불공정행위 의혹이 그 핵심이다.
가뜩이나 남양유업 사태로 정부와 여론이 민감해진 상황에서 농심에 대한 여러 의혹은 재계 전반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갑의 횡포’를 사전에 제지하지 못했다는 여론은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칼날이 무디다는 여론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장 6월부터 시행되는 세무당국의 ‘일감몰아주기 과세’ 화살을 농심그룹이 어떻게 피해갈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부거래 통한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농심그룹의 후계 구도
농심그룹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오너일가가 100%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몰아주기로 부를 세습하고 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재계는 농심家의 장녀 신현주(59/장녀) 농심기획 부회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신 부회장의 지분 비율이 높은 회사의 매출 대부분이 농심그룹 계열사들의 내부거래를 통해 꾸준히 지속돼 왔다는 의혹에 기인한다.
신 부회장은 현재 농심기획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동생인 장남 신동원 부회장(10%)보다 월등히 많으며, 농심홀딩스(50%)보다는 다소 적은 비율이다.
특히 지난 2009년 191억원의 매출을 올린 농심기획은 108억원(57%) 가량을 (주)농심을 통해 이뤄졌다. 이듬해와 그 다음해에도 매출의 절반 수준인 48~49% 정도가 (주)농심과의 거래에서 달성됐다.
신 부회장의 가족회사 ‘쓰리에스포유(3sforu)’의 상황은 더욱 끈끈함을 과시하고 있다. 농심의 건물관리와 인력용역을 맡고 있는 이 업체는 신 부회장(50%)과 두 딸인 박혜성·박혜정 자매가 각각 30%와 20% 지분을 보유, 100%를 가지고 있는 말 그대로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다.
2005년 설립이후 농심과 율촌화학, 메가마트, 농심기획 등 그룹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 효과로 자본금 5억원짜리 회사가 지난 2011년 기준 무려 20배 이상 급성장 했다.
이는 꾸준히 제기된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인 부분과 비슷하다.
율촌화학은 신동원·신동윤 두 형제가 56%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가운데 농심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높은 비율의 일감몰아주기 수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신 부회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재계의 또 다른 시각은 그룹 후계구도 및 경영권 분쟁과의 연관성을 제기했다.
뚜렷한 윤곽은 안 나왔지만 그동안 농심그룹 안팎에서는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을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해 왔다. 그러나 얼마 전 그의 투병설이 제기되면서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는 듯 했던 후계구도가 다소 주춤했다.
그 사이 신현주 부회장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회사의 성장까지 도모했다. 사실 신 부회장은 이미 경영 일선에 나선 신동원(56/장남)·신동윤(56/차남) 농심홀딩스 부회장이나 신동익(54/삼남) 메가마트 부회장과 달리 경영 참여가 다소 늦은 편이다.
그럼에도 다른 형제들처럼 일부 계열사에 대한 지분 100%를 보유하며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그룹의 후계구도에 별다른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놨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농심기획의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농심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들도 계열사 간 거래가 이뤄지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보다 작은 농심이 왜 문제가 되는지 크게 공감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신동원 부회장의 투병설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문의를 했지만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농심도 ‘甲’…특약점주, “거래압박·연대보증·불법사찰” 있었다 폭로
‘갑의 횡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농심까지 덮쳤다.
남양유업 사태에 이어 ‘갑의 횡포’ 논란이 연일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농심이 특약점을 상대로 삥 시장 거래압박, 연대보증 강요 등 제품 밀어내기 불공정거래를 해 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삥 시장은 과도한 물건을 강압적으로 넘겨받은 대리점들이 비용을 회수하려고 헐값에 물건을 처분할 때 찾는 곳이다.
농심의 불공정거래를 폭로한 특약점주는 “남양유업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다”며 “사찰까지 받았다”고 주장해 그 파장이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새누리당 의원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대표 남경필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대기업·영업점 간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 김진택 대표도 시종일관 ‘갑의 횡포’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김 대표는 “농심이 특약점주들에게 매출 목표달성을 위한 삥 시장 거래 압박, 연대보증 강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해왔다”며 “불만을 제기하면 연대보증을 섰던 이들이 일시적으로 갚으라고 통보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본인이 농심으로부터 사찰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들, 국민들은 모른다” “공정위에 신고했더니 농심 변명만 해주더라”며 성토했다.
한편 농심측은 사찰과 미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한 “연대보증 강요와 매출 관련 거래 해지” 등 공정위 행위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거래 계약서의 불공정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문제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 중인 사안“라며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