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그룹, 경제민주화 역행 논란 VS 통 큰 기부 ‘미묘한 분위기’

일감몰아주기·투자손실 악재에도 문태식 명예회장 400억원 쾌척

[kjtimes=견재수 기자] 2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 아주그룹(회장 문규영)이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였다. 게다가 금융업 진출을 모색하다 수백억원의 투자손실을 떠안게 된 상황이 전해지면서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재계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 실천을 천명한 정부가 6월부터 시행되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처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가운데 3세들의 경영 참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는 아주그룹을 살펴봤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일부 계열사 간 내부거래 수년 동안 100%

 

지난 2010년 창립 50주년에 매출 14000억원을 기록한 아주그룹은 레미콘, 건자재, 금융·부동산개발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이를 계기로 건설환경, 금융, 오토레저부동산, 신성장동력산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4개 분야로 정비하고 제2 도약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이며 내실 경영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아주글로벌과 아주프론티어, 아주아이티가 그 중심에 있다.

 

아주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알려진 아주글로벌은 한때 연 매출 1200억원 규모에 육박하는 내실 있는 기업이었다.

 

지난 1960년 설립돼 호텔과 레미콘, 아스콘, 골재 등을 주요 사업으로 전개하다 2000년도 이후 일부 사업이 계열사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그 규모가 점차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2010년쯤 사업목적을 자원개발과 경영컨설팅 분야로 돌려고, 2011년과 지난해 각각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총매출 100%는 모두 아주산업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또 다른 계열사 아주프론티어도 일감몰아주기 모양새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문 회장과 그의 장남이 각각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해 총 매출 50억원 가운데 49억원이 계열사로부터 발생한 매출이다. 아주산업이 45억원, 그리고 홍대입구역의 명물 호텔서교 4억원 등이다.

 

특히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그룹계열사와 아주프론티어 사이 내부거래비율은 100%였으며, 2010년에만 유일하게 77%를 기록했다.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다.

 

그룹계열사에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공급·관리하고 있는 아주아이티도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1999년에 설립된 아주아이티는 모그룹의 지식통합과 화상회의를 비롯해 그룹계열사의 홈페이지와 각종 시스템 구축을 수주하면서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아주산업으로부터 28억원, 호텔서교와 아주아이비투자를 통해 각각 7억원, 아주모터스 3억원 등이며 아주프론티어와 브이샘, 아주아스콘과의 거래가 각각 1억원씩을 기록했다.

 

2010년에도 아주산업을 비롯한 그룹계열사를 통해 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회사설립 후 매년 20~70억원 사이의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공시되지 않은 계열사 간 거래까지 감안한다면 내부거래 금액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의 재계의 관측이다.

 

 

문규영 회장, 저축은행 인수하려다 수백억원 손실

 

지난 2007년 아주그룹은 W저축은행과 리딩투자증권에 사모펀트(PEF) 출자 형태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투자를 통해 고스란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주그룹이 출자한 리딩밸류PEF리딩밸류 1’, ‘리딩밸류 2로 나누어져, W저축은행 지분 100%와 리딩투자증권 지분 32.76%를 인수했다.

 

당시 해당펀드는 총 1260억원 규모로 W저축은행에 700억원, 그리고 나머지 리딩투자증권 투자에 활용됐다. 운용은 IWL파트너스가 맡았다. IWL파트너스는 문 회장과 학연관계로 알려진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이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리딩밸류PEF의 주요 출자사로 참여한 아주그룹은 계열사인 아주산업과 아주캐피탈을 통해 총 450억원을 출자했고, 펀드 내 비중이 36% 수준에 달했다. 아주그룹 외에도 공무원연금과 교원공제회, KDB생명, 경남기업 등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아주그룹과 다른 출자사의 펀드 참여 조건은 조금 달랐다.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금융권 진출을 노렸던 아주그룹은 W저축은행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요구하는 대신 손실 시 변제 순위가 후순위로 밀리는 조건을 선택했다.

 

이후 W저축은행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가교저축은행으로 포함됐다. W저축은행의 자산 부채는 예성저축은행으로 이전됐다. 한순간에 저축은행이 증발하면서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이 아예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리딩투자증권에 투자한 리딩밸류 2호는 펀드를 해산하면서 출자자들에게 주식을 현물로 나눠줬지만 아주그룹만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후순위 변제자로 분류돼 있던 상황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당시 출자사들은 리딩투자증권 지분 32.67%를 출자 비중에 따라 돌려 받았다. 아주그룹 다음으로 비중이 컸던 공무원연금과 교원공제회는 각각 12%8%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아주그룹은 여기서도 지분배분을 받지 못하고 향후 지분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도 못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투자손실에 따른 원인을 문 회장의 개인적 친분관계에 의한 투자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당시 저축은행의 부실사태가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한 것 아니겠냐는 견해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아주그룹이 이 같은 악재에 직면한 가운데 문 회장의 부친인 문태식 명예회장의 지역사회에 대한 통큰 기부는 큰 이슈를 낳았다.

 

문 명예회장은 1960년 서울시 중랑구에 아주산업을 설립, 현재의 기업으로 키워온 입지전적인 인물로 지역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4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쾌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식처럼 키운 회사가 적지 않은 손실을 볼 상황에 직면했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하겠다는 원로 경영인의 통큰 기부가 경제계 전반에 귀감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문 명예회장은 “50년 가까이 기업을 하며 항상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경영철학으로 삼아 왔는데 오늘 그 약속을 조금이나마 지키게 돼 가슴 뿌듯하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록 투자에 실패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조세피난처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기업의 이익을 오너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급급한 경제인들이 꼭 되짚어 봐야할 대목이라고 전했다.

 

 

계열사 통한 3세들의 경영 참여 본격화

 

한편 문태식 명예회장의 대를 잇는 그룹 내 경영승계 작업에 대한 재계의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장남 문규영 회장이 아주그룹을 맡고 있는 가운데 차남인 문재영 회장과 삼남 문덕영 회장이 각각 신아주그룹과 아주L&F의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삼남인 문덕영 회장은 이미 2007년쯤 아주L&F를 비록한 오토렌탈과 캐피탈 계열을 분리해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같은 해 문재영 회장도 신아주그룹을 통해 계열사를 분리 했지만, 아주산업 부회장직과 함께 아주글로벌과 호텔서교의 지분 23.75%, 아주아스콘 11.81%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그 외에도 주요 계열사의 등기 이사로 등재돼 있어 재계일각에서는 여전히 계열사 분리에 대해 조금 애매한 상태라는 견해다.

 

이런 가운데 3세들의 움직임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문규영 회장의 아들 윤회씨는 지난 2010년 아주글로벌 지분 69.1%를 물려받아 최대주주로 등극한데 이어 자회사 아주모터스와 아주프론티어의 지분 6.94%4.1%를 보유 중이다.

 

이들 두 회사는 아주그룹의 신규 사업을 전개하는 계열사라는 점에서 3세인 윤회씨가 경영 입지를 다지는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다.

 

신아주그룹의 문재영 회장의 아들 경회씨는 지난해 부친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아 폭스바겐 서울 송파지역 딜러사인 아우토플라츠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우토플라츠의 자본금이 지난해 5000만원에서 5050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난 점이 주목받고 있다.

 

문규영 회장이 거느리고 있는 아주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문재영 회장이 아우토플라츠의 대표직을 아들에 물려주고 이후 큰 투자를 한 부분은 그룹의 주력회사로 키우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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