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여야 대립으로 2011년도 예산안 통과 전망이 서지 않자 '3월 정권 위기설'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5월 초 방미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간 총리의 방미 시기를 6월 하순으로 미루자고 미국 측에 타진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연휴 기간인 4월 말∼5월 초에 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이를 한 달 이상 연기하자는 것이다.
또 3월에 미국에서 열 예정이던 미.일 외교.국방장관간의 안보협의위원회(2+2 회담)를 5월 초 연휴 시기로 연기할 예정이다.
이는 6월까지 이어지는 정기국회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가 2011 회계연도(2011년4월∼2012년3월) 예산안 통과 등의 쟁점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가운데 5월 초 연휴가 끝나고 나면 정기국회 막바지를 맞이해 대립이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아예 방미 시기를 미루기로 한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3월 정권 위기설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4월에 다음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예산 편성 구조상 늦어도 3월까지는 국회에서 2011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상원 다수를 차지한 야당이 정부.여당의 의도에 순순히 응하지 않고 발을 걸고 있다는 게 고민거리다. 더구나 4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참패가 예상되자 여당 내부적으로 '3월에는 총리를 바꿔 예산을 통과시키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체제를 일신하자'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여기서 차기 총리 후보로 검토되는 유력한 인물이 바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무상이다.
3월에 정권의 격변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마에하라 외상이 자리를 비운 채 미국에 가서 미일 정상회담의 예비회담 격인 2+2 회담에 참가하기는 어렵다고 봤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일본의 이 같은 사정을 감지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 측이 간 총리의 방문지를 수도 워싱턴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로 바꾸자고 제안하는 등 '일본 경시'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마에하라 외상을 차기 총리 후보로 보고 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