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국내 재벌들이 순환출자로 보유한 계열사 주식 지분이 9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계열사 간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대기업 집단은 6월 말 기준 12곳이었다. 이들 재벌에 소속된 76개 기업이 11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 재벌의 환상형 순환출자 지분가치 평가액 합계는 86조7967억원에 달했다.
상장사는 8월 30일 종가 기준, 비상장사는 2013년 각사 반기보고서 장부가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삼성생명보험 등 9개 계열사가 16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었다. 순환출자 지분 평가액은 39조4098억원으로 12개 재벌 중 가장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4개 계열사가 2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순환출자 지분 평가액은 28조794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그룹은 15개 계열사가 51개의 복잡한 순환출자로 엮여 있다. 12개 재벌 중 순환출자 고리 수가 가장 많았으며 평가액은 6조8532억원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림그룹은 각각 3개 계열사가 하나의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를 이루고 있었다. 순환출자 지분은 4조4381억원과 9631억원으로 평가됐다.
영풍그룹은 10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고 계열사간 순환출자 지분 평가액은 3조478억원 이었다. 동양그룹은 17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었다.
그 외 현대, 현대백화점, 한라, 현대산업개발, 한솔그룹 등이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형성하고 있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순환출자로 90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이 묶여 있는 셈"이라며 "이는 계열사간 순환출자로 보유한 지분의 총 평가액이며 실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이보다 훨씬 적다"고 설명했다.
환상형 순환출자는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들의 출자 흐름이 고리처럼 동그랗게 연결되는 구조로 경제 민주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경제개혁연구소는 당시 순환출자가 존재한 15개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매각해야 하는 지분가치가 총 9조6000억원 규모라고 추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