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며 꺼낸 말이다. 당시 매출 29조원이던 회사를 38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구심점으로 회자되는 말이기도 하다.
28일 삼성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 회장 주재로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 행사를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비롯해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그룹 사장단과 부사장단, 협력사 대표까지 약 350여명이 참석했다.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고 미래를 향한 각오를 다진다는 의미로 해석된 이날 만찬은 이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지 20년 만에 열린 행사다.
이날 행사에서 이 회장은 “우리는 초일류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양(量) 위주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질(質) 중심으로 바꾸면서 경쟁력을 키워왔고 그 결과 창업 이래 최대 성과를 이루고 있다"는 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큰 성과만큼이나 사회적 기대와 책임도 무거워졌고 이에 따라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역할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신경영 선언 이후 이 회장의 지시로 무선전화기 15만대를 불태웠던 기억을 회상하며 “그 일을 계기로 불량에 대한 안이한 마음까지 다 태워버렸다”며 “지금의 삼성은 거기서 시작됐다”고 말해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이날 만찬에는 신경영 선언을 했던 해를 기념하기 위해 1993년산 샴페인과 와인을 만찬주로 사용했다. 또 그동안의 성과와 발전을 소개하는 38권의 도서도 전시됐다.
지난 1993년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계열사 임원을 모아 놓고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한 2류가 되며, 지금처럼 잘해야 1.5류다”라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을 했다. 이날 이후 삼성은 재 창업에 견줄만한 경영 혁신에 나섰다.
이 회장의 선언 이후 당시 29조원이던 회사 매출은 지난해 380조원을 기록하며 13배나 성장했다. 하지만 꾸준한 성장을 이어 오는 과정 속에서도 이를 자축하는 공식 행사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신경영 선언 기념일은 당초 6월7일이었으나 당시 이 회장은 모든 임직원에게 격려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그룹 임원들과 함께한 것도 올해 1월 자신의 생일 만찬 이후 약 10개월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폐렴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는 등 건강 악화설도 제기됐으나 이날 행사를 주재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일석이조 효과도 얻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기념 행사를 통해 향후 이 회장과 삼성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재계 전반에 걸쳐 이목이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