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배임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 환송심 4차 공판이 진행됐다.
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5부(부장판사 김기정)는 김 회장에 대한 결심 기일을 오는 26일로 정하고 이에 앞서 19일 한차례 공판을 더 연다고 밝혔다.
피고 자격으로 출석한 김 회장은 앞선 공판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법정에 들어섰으며 공판이 진행되는 약 2시간 동안 의료진이 준비한 침상에 누운 채 참관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과 김 회장의 변호인 측은 1997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당시 한화 계열사였던 빙그레가 그룹의 또 다른 소속 회사인 한유통과 웰롭에 각각 400억원과 200억원의 지급보증을 떠안은 사안이 오너의 사익을 위해서 인지 그룹 전체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는지를 놓고 공방을 펼쳤다.
증인으로는 당시 재정경제원 금융정책 과장으로 재직했던 진영욱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출석해 김 회장의 배임 여부가 당시 국내외 경제상황에 비춰봤을 때 어느 정도까지 면죄부를 줄 수 있는 부분인지에 대해 살펴보는 분위기였다.
우선 검찰은 외환위기 당시 빙그레가 한화그룹의 다른 소속 회사인 한유통과 웰롭에 지급보증을 선 것을 두고 “김 회장의 위장 계열사이자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초점을 맞췄다.
검찰 측은 “위장계열사가 기업의 필요에 의해 만들 수 있고 총수가 개인적인 목적에 의해 세운 회사일 수 있냐”고 물었고 증인은 “상식적으로 그럴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증인이 지금 기업관련 업무를 한다면 총수일가 사익을 위한 위장계열사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는 검찰 측 질문에 증인은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목표가 있으니까 계열사로 편입시킬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상 위장계열사는 편입해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 측이 “김 회장과 동생인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 두 사람이 상속다툼이 있은 후 김호연 회장이 본인 몫으로 가져간 것이 빙그레 말고 더 있었나”고 묻자, 증인은 간단하게 “빙그레”라고 대답했다.
변호인 측도 증인을 향해 “빙그레가 한화그룹의 신고 되지 않은 다른 계열회사에 지급 보증을 선 것이 시장에 은닉되지 않고 알려진 공시사항”이라고 강조하며 “빙그레가 흔들리면 한화그룹도 영향을 받지 않았겠냐”고 물었다. 이에 증인은 “맞다”고 답했다.
증인은 “당시 IMF 직후에는 대기업 계열사 한 곳이 부실한 곳으로 판명나면 금융권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신용도도 낮게 평가했던 시절”이라고 증언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하나의 부실회사를 선택해 그곳만 법정관리를 하거나 주력 계열사의 생존을 도모하는 상황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이점에 기인해 한화그룹이 한유통과 웰롭에 지급보증을 선 점을 부각시켰다.
이어 “부실 계열사가 있을 시 꼬리 자르기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증인은 “계열기업 일부를 선택적으로 부도처리하고 나머지 계열사들의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상황은 없다”며 “이미 신용상태가 안 좋다는 점을 알게 된 이상 ‘꼬리 자르기’는 더더욱 힘들며 주거래 은행이 먼저 허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날 심리를 맡은 판사는 “이 사건에 문제는 위장계열사인데 그룹 내에 있지만 신고가 안 되고 별개처럼 경영되고 있는 회사들을 그룹이 가지고 있는 것인가”라고 증인에게 물었고, 증인은 “저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판사는 “왜 그런 회사를 가지고 있는지 그 필요성에 대해 모르나?”라고 재차 물었고 증인은 이에 대해서도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진영욱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김 회장과 경기고 동창이며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74년 16회 행정고시로 공직 사회에 입문, 1999년부터 한화증권 사장과 한화경제연구원장, 신동아화재 대표이사, 한화손해보험 부회장을 지냈다.
한편 이날 공판은 예정보다 20여분 늦게 시작해 약 2시간 가량 진행됐고 오후 5시 20분쯤에 끝났다. 마지막 공판은 오는 19일 오후 3시로 예정돼 있으며, 결심 기일은 26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