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쌍용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 난기류에 휩싸였다. 군인공제회의 채권 가압류로 대부분의 사업장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협력업체 결제가 곳곳에서 차질을 빚으며, 연말을 지나 내년 초쯤이면 중소 건설업체들의 연쇄 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 사업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해외 발주처들은 워크아웃을 재무재조정 수준으로 보지만 만약 상장폐지까지 가게 된다면 부도 직전으로 보고 사실상 해외영업을 포기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인공제회는 “채권단이 8월말 제안한 것과 최근 다시 제안하는 내용이 차이가 있다”며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쌍용건설 정상화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출자전환 하라는 채권단의 일방적인 얘기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 쌍용건설의 7개 관급공사 현장 공사대금 계좌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달 4일 이를 수용했다.
이에 대해 채권은행들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군인공제회의 워크아웃 동참을 요구하고 있으나 군인공제회 측은 받아들이지 않고 가압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비롯해 산업, 신한, 국민, 하나 등 다른 채권은행들은 지난 11일 ‘채권단 운영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채권단은 군인공제회의 가압류 조치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우리은행은 쌍용건설에 대한 5000억원 출자전환을 백지화하고 상장폐지 하는 대신 3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상당한 금액이 군인공제회의 지급보증 원금과 이자 상환에 쓰일 것으로 예상돼 타 채권은행들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이 신규자금을 지원해도 결국 군인공제회가 1200억원 이상 규모인 PF원리금을 회수하는 그림이 그려지는데 다른 은행들이 수용할 가능성이 있겠냐”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후 도래할 쌍용건설의 상황과 입지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첫 번째로 군인공제회가 쌍용건설 7개 사업장에 대한 가압류를 결정한 이후 다른 사업장들도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해당 사업장에 관여돼 있는 협력 업체 뿐만 아니라 1000여개로 추정되는 쌍용건설 전체 협력업체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부 협력업체에 대한 결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서 그 밑에 있는 더 많은 업체들까지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해외 사업에 대한 우려도 높다. 현재 해외 발주처를 상대로 27억불 규모에 16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쌍용건설의 해외사업도 모두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의 늪에 허덕이는 증권업계도 악재를 떠안아야 한다. 쌍용건설의 상장폐지로 인해 2.15%를 보유하고 있는 약 5400여명의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 상황이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된다면 현 상황에서 군인공제회를 향한 책임론이 조성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군인공제회는 내부 입장을 고려해 채권단의 제안을 거부했다. 쌍용건설에 대한 원리금을 일시에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다 회원들의 자산을 굴리는 입장에서 채권단의 제안이 일방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쌍용건설 상황이 어떻게 결론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채권단은 원리금 전체를 출자전환하라고 하는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전액 출자전환 하라는 것은 우리와 협의 안 하겠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법적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제회가 회원들의 자산을 운영하는 곳인데 만약 손실이 생기면 누구에게 배상 받겠는가”라며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이자 탕감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채권 가압류를 두고 전개되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 대해서는 “채권은행들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는 상황이고 공제회는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단 한 번도 받아들일 수 있는 협상안을 가져 온 적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