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정 회장 자신이 직접 챙기던 계열사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그는 그동안 현대제철을 자주 찾으며 고로 건설을 독려했다. 일례로 지난 7일에는 현대제철을 불시 방문, 작업 중인 노동자가 숨지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현대제철 챙기기는 재계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 회장이 자동차쪽 보다 현대제철을 더 챙긴다는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이런 현대제철 사내이사를 9년 만에 내려놓음에 따라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다음 달 14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임기가 끝나는 정 회장 대신 강학서 부사장(재경본부장)을 새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이 진행된다.
만일 이 안이 통과되면 정 회장은 앞으로 주주로서만 회사 경영에 관여하게 된다. 현재 그는 11.84%의 현대제철 주식을 보유 중이다.
정 회장의 이번 현대제철 등기이사 퇴진에 대해 현대제철은 제3고로 완성,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마무리됨에 따라 앞으로 자동차 쪽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제3고로 가동으로 연산 1200만톤의 일관제철소 작업을 완성했다. 지난해 말에는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자동차 강판)사업 부문을 넘겨받아 자동차 강판 전문제철소로써 입지도 굳혔다.
재계 일각에선 현대제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강 부사장 선임에 대해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악화하는 철강 시황 속에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 내실경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의 퇴진에 따라 재계의 시선은 정의선 부회장에게 옮겨가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 3월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그동안 자동차 강판 등 자동차와 연관된 부분을 챙겨왔던 정 부회장의 책임이 더 커지게 된 탓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아직 1년의 임기가 더 남아있다. 정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015년 3월 16일까지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고로 건설에 따른 부채 증가와 소홀해진 제철소 안전 문제 해결 등의 일이 남겨져 있다”면서 “정 부회장이 부친(정몽구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현안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 지 주목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