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대기업 등기임원의 개인 연봉이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공개되면서 재벌기업 임원들의 연봉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대부분의 재벌 오너들이 등기임원에서 빠져 있어 ‘밋밋한’ 연봉 공개에 그치고 있다는 반응이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비상장 포함) 가운데 등기이사의 연봉이 5억원을 넘는 곳은 176개사로 이중 연봉 공개 대상은 536명에 달한다.
가장 먼저 공개한 곳은 LG디스플레이[034220]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1일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등기임원의 연봉 지급 내역을 공개했다.
한상범 사장은 지난해 근로소득 9억4500만원과 상여금 4억2700만원을 합산해 총 11억5200만원을 받았으며, 최근 LG생활건강으로 자리를 옮긴 정호영 전 부사장은 근로소득 4억2700만원에 상여금 1억1500만원을 더해 5억4200만원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들 두 명을 포함한 등기이사 3명에게 총 16억9400만원을 지급했다.
작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4개 상장사 중 등기임원 개별 연봉을 공개한 곳은 LG디스플레이와 한라비스테온공조[018880], S&T중공업[003570] 3곳이다.
박용환 한라비스테온공조 사장은 지난해 급여 5억5000만원과 성과급 6억5800만원 등 모두 12억28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박재석 전 S&T중공업 사장도 지난해 급여와 상여 4억5165만에 스톡옵션을 포함, 총 7억3530만원의 연봉을 챙겼다.
아직 몇몇 회사만 등기임원 연봉을 공개한 데에는 대기업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이 이달 31일까지라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출 기한이 끝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미 주총을 끝낸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 등에게 총 339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각 임원의 세부 연봉이 조만간 공개된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재계의 관심이 가장 높은 삼성家의 개별연봉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만 공개 대상이다. 이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서현 사장 등은 미등기 임원이라 개별 연봉 확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도 지난 2월 정용진 부회장이 각각 신세계와 이마트[139480]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이명희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 정유경 부사장 등 일가 대부분이 미등기 임원으로 빠져 있어 연봉 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K와 CJ, 한화그룹은 오너들의 실형선고 등을 계기로 올해 주총에서 등기이사직을 대거 사퇴했다.
고액 연봉 논란을 빚었던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했지만 투명한 연봉 공개를 약속하고 올해 주총에서 복귀했다.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 가운데 평균 연봉 5억원 이상 기업 중 대주주가 등기이사로 올라 있는 회사는 67개사(57.3%)로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비중은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