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재계가 세월호 사고 여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 정부의 각종 규제개혁 분위기에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경영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사고 책임에 따른 중앙 정부의 조직 개편이 불가피해 지면서 새로운 국정기조에 맞춰가야 하고, 자칫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경영활동으로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어 이래저래 눈치를 살피고 있는 분위기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이후 기업들의 경영방향 예측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사고 책임에 따른 개각과 6.4 지방선거 등 중앙 및 지방정부의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경제 활성화보다는 공직개혁이나 재난관리, 안전강화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법인세 인상 움직임과 통상임금을 둘러싼 임단협 갈등, 산업안전보건법 작업중지권 강화 개정안도 재계 입장에서는 당초 계획했던 경영 계획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설비투자나 인력 증원, 생산라인 증설 등에 대한 계획은 보류되고 일단 내실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철강업계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36개 철강업체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4조5724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25%정도 감소한 것으로 2007년 이후 최저치다.
올해 초부터 급물살을 탔던 정부의 규제개혁 기조도 세월호 사고 이후 잠잠해졌다. 재계에서도 이전과 같은 규제개혁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지켜봐야 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일종의 경제 우울증이 만성병이 되기 직전 단계까지 왔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미루는 것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과제들이 표류하면서 불확실성이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다.
정부의 행보뿐만 아니라 가라앉은 사회분위기도 기업들을 짓누르고 있다. 경영활동 중 자칫 국민정서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이게 되면 바로 ‘공적’으로 몰리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돕겠다는 취지의 기부나 성금 조성도 기업의 이미지 마케팅이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운신의 폭이 좁은 점만 봐도 경영 보폭을 정하는 게 쉽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실제 느끼는 체감경기가 심각하다는 분위기에 동감하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라며,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경제를 살리자는 얘기를 쉽게 하기 힘든 분위기라 일단은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