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토크

“나 때문이야”부터 시작하라

 

유행했던 광고 중에 축구선수 차두리가 나와서 건강 관련 제품을 선전하며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라는 CF송을 불러 화제가 된 것이 있다.

 

피곤한 이유가 간이 건강하지 않아서니까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의미였는데, 간이 오히려 약을 먹는 사람에 게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고 푸념하지 않을까 싶어서 웃었던 적이 있다.

 

잘 되면 내 덕이고 잘못되면 조상 탓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일이 안 풀리고 화날 땐 팔자타령하며 괜히 부모를 원망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언쟁을 벌일 때도 너 때문이야”, “네가 문제 야로 말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 “난 문제가 없는데 모든 게 다 너 때문이고, 난 정확한데 우유부단한 너 때문이다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것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올바로 잘못을 파악하지 못해 진짜 문제점을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따지고자 하는 사람으로서는 상대가 문제이지만, 상대로서는 오히려 모든 문제의 원인이 따지는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때 자기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거나 서로가 옳다면서 뜻을 굽히지 않으면 대립이 언쟁에서 외면으로, 더 나아가 인연을 끊는 상황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서로가 대화로 조율하기보다 책임을 떠넘기며 몰아붙이기에 소통을 이루기가 어려워지고, 단절이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중엔 부부 간에, 또는 연인 사이에도 자기 입장만 내세우다 좋은 인연의 끝을 원수로 만들어버리는 예도 있다.

 

남자는 여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자신을 남자(가장)로 대우해주지 않 고 무시해서 상대 여자에게 좋지 않은 언행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여자는 능력도 없으면서 남자 권위를 내세워 조선시대 여자 다루듯 하려 해서 기분 나빠 좋지 않은 언행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가 자기 합리화만 하면 심할 땐 남보다 못한 원수 관계가 되어 버린다. 비즈니스에서 관계 개선이 안 되고 관계 청산으로 일이 커지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몰아붙이기식의 공격적인 대화가 불화 원인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걸 볼 수 있다.

 

남녀 관계든 비즈니스 관계든 간에 같은 하늘 아래 살다 보면 언제 어디서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자기 문제를 알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아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이 자신의 문제를 몰라서 그러는 것보다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또는 인정하면 상대에게 우습게 보일 수 있다는 잘못된 피해의식이 있어서다.

 

정말 자신에게는 잘못된 점이 없고 상대가 일방적으로 잘못했다 해도, 상대를 몰아붙이면 대부분은 잘못을 인정하기보단 대화를 거부하고 한순간에 앙숙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상대가 잘 못을 인정하게끔 하고 싶다면 그의 입장을 이해하는 말을 하면서 잘 풀어나가고 싶다는 식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매번 김 대리가 자료 준비를 늦게 해 와서 우리 팀 보고서가 제일 늦어지니 문제로군이란 말을 듣고서 곧장 ,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신속히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인정하며 사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상사 앞에서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예우를 지키겠지만 속으로는 자기들은 뭘 그리 빨리한다고 저 난리야’, ‘나도 빨리하는 것도 있는데 한두 번 늦은 거로 괜히 트집이네’, ‘다른 팀은 팀장이 알아서 자료까지 챙겨준다는데라고 불만을 품을 수 있다.

 

그런 김 대리가 자신의 문제점만 꼬집으며 늘 그런 사람이다는 식의 말을 해서 무안을 준 팀장에게 평소에 어떤 언행을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닌가? 그럼 상사는 또 김 대리는 왜 날 상사로서 존경하지 않을 까?’ 하면서 불만을 느낄 것이다.

 

만약 김 대리, 내가 이것저것 일을 많이 줘서 자료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지?”, “김 대리 자료가 우리 팀 보고서의 가장 중요 한 핵심인데, 신중하게 준비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지?”라고 조금만 표현을 바꾼다면 어떨까?

 

쟤는 항상 왜 저러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나한테 불만이 있나?’, ‘내가 마음에 상처를 준 적이 있나?’라는 생각을 먼저 하자. 그러면 감정적인 말로 누가 더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식의 대화는 그만둘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잘못의 책임을 자신이라고 드러내거나 인정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스스로 잘못했다고 느끼지만, 누군가 당신이 문제야라고 질책한다면 수긍하기보다는 반발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잘못을 알게 해주려는 사명감을 버려야 한다. 그 사명감이 타인을 변화시키기보다 자신만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그 상대가 절대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잘못을 알려준 사람에게 어떤 보복성의 표현을 할지 모른다.

 

아마도 주변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들을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오랜 시간 살아온 습관을 바꾸기는 어려운 것이다. 타인을 바꾸는 것보다 나 자신을 바꾸기가 쉽고 오히려 마음이 편하게 된다.

 

[정혜전의 오피스토크는

 

도서출판 비전코리아가 출간한

 

<착한 말, 착한 대화>

 

내용으로 연재합니다.]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