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토크

“탁구 경기처럼 주고받는 대화”

 

탁구는 상대가 공을 치는 순간 재빨리 공을 받아치지 않으면 경기가 끝나고 만다. 운동 삼아 혹은 재미로 탁구하는 경우라도 서로가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없을 정도로 실력 차이가 나서 공을 계속 떨어트린다면 운동도 안 되고, 흥미를 잃어 게임을 중단하게 된다.

 

말도 탁구 경기와 같이 왔다갔다 주고받는 맛이 있어야 기분 좋고 유쾌한 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뭔가 말했을 때 상대가 대답이 없으면 내 말을 무시하느냐?”, “내 말엔 답할 가치가 없느냐?”, “내 말을 듣지 않는 거냐?”며 언쟁을 벌이게 된다.

 

일상생활 중에 집에서 엄마가 자녀에게 긍정아!” 하고 불렀다고 해보자. 아이가 대답이 없으면 우리 긍정이는 엄마가 불렀는데 못 들었니?”하며 드라마처럼 이야기하는가?

 

아마도 성격이 급한 부모라면 한 번 불렀는데 답이 없으면 아이 방에 쫓아갈 것이고, 그때 아이가 컴퓨터나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면 바빠서 못 들었구나라고 이해하기보다는 넌 대체 엄마가 부르는데 딴청이냐하고 야단을 칠 것이다.

 

그럼 이런 꾸지람을 들은 아이가 엄마, 죄송해요. 컴퓨터 하느라 못 들었어요하며 드라마처럼 순둥이 모습으로 대답하는가? 아니, 아마도 엄만 왜 나만 갖고 그래!”, “못 들었다니까! 숙제하는 거 알면서 왜 자꾸 이 시간에 부르는데요?” 하며 반항적으로 답할 것이다.

 

이런 대화가 오가다 보면 하려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잊고 서로 감정이 상해 눈도 안 마주치고 대화도 피하는 냉전이 시작될 것이다. 더 심하면 오래전 잘못까지 들춰가며 싸워서 며칠간 하 숙집 주인과 학생 같은 사이처럼 지내게 돼버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된 건 아이가 정말 못 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 대답할 타이밍을 놓친 후에 다시 대답하려 할 때 엄마가 어느새 방 앞에 화난 얼굴로 서 있어서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부모 자식 사이건 남이건 간에 늘 자기 관점에서 기분 나빠하고 상대를 나무라며 탓하는 잘못을 쉽게 범한다.

 

역으로 부모는 아이가 불렀을 때 얼마나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타이밍에 답을 해주었는지 생각해보았는가? 가정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대화술을 보고 듣고 배우기 때문에 가정환경이란 것 이 중요하다.

 

언젠가 패스트푸드점에서 모자간의 대화를 듣고 가정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낀 적이 있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아이는 엄마에게 꾸지람을 들었는지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는데, 잠시 후에 엄마 죄송해요. 제가 잘못한 것 같아요하며 사과를 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다고 생각했는데, 곧바로 엄마가 아이에게 그래, 나 도 큰소리 내서 미안하다. (돈을 주며) 사와라하는 거였다. 그걸 보고 아이의 사과하는 습관은 엄마의 대화 교육을 통해서 얻어진 걸 알았다.

 

간혹 마트에 가면 엄마에게 뭔가 졸라서 혼난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면 엄마는 앞서 가고 아이는 울며 따라간다.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아이가 끝내 포기하곤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해도 개중엔 , 늘 그 모양이야”, “그렇게 이야길 해도 어쩜 고쳐지지가 않아”, “지난번에도 그러더니하며 예전 일을 말하며 더 혼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 아이들은 사과하든 안 하든 혼나기는 마찬가지라는 경험을 통해 비뚤어진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곤 비슷한 상황이 다시 일어날 때 다음부터는 사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아이의 엄마는 예전 일을 꺼내지 않고 지금의 일만 이야기하였으며, 중요한 것은 나도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도 미안하니 네가 원했던 것을 해주겠다며 돈을 주면서 사오라 한 것이다.

 

이때 아이는 감사합니다라면서 계산대로 주문을 하러 갔고 말이다. 아이는 사과하고 협상하는 법을 부모의 교육을 통해서 자연스레 깨달은 것이다.

 

대화도 그런 경험이 밑바탕이 된다. ‘저 사람에겐 그런 말을 해도 통하지 않아’, ‘도무지 말뜻을 알아차리질 못해라는 인상을 남기면 곤란하다. “우리 아이가 버릇없이 말해요”, “막무가내로 조르기만 해요라며 아이를 탓하기 전에 밀어붙이기식 대화를 아이에게 부모로서 먼저 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직장 내에서도 상대가 불렀을 때 대답을 안 하거나 늦게 하면 나한테 감정이 있나?’, ‘내 말을 무시하나?’라고 오해를 사 이유 없이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 상대가 부르거나 답을 구하는 말을 할 때엔 곧바로 답해주도록 하자. 기분 좋게 왔다갔다하는 탁구 경기하듯이 대화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며 유쾌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정혜전의 오피스토크는

 

도서출판 비전코리아가 출간한

 

<착한 말, 착한 대화>

 

내용으로 연재합니다.]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