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대기업 총수일가 지분 10%가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기업 중 7곳의 주식담보비율이 50%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 현대차, 롯데 등을 제외한 17개 그룹의 대주주 일가가 주식지분을 담보로 잡혀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CEO스코어가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의 대주주 일가 428명의 상장사 보유주식 담보대출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 밝혀졌다.
CEO스코어 분석에 따르면 전체 주식가치 63조6300억원 중 10%인 6조3500억원이 금융권 등에 담보 및 질권으로 설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상장 계열사 116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108명이 38개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대주주 일가 4명 중 1명꼴로 주식담보대출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면 삼성, 현대차 등 담보대출 내역이 없는 11곳과 상장사가 없는 부영과 미래에셋 2곳을 제외한 17개 그룹으로 좁혀보면 어떨까.
이 같은 경우 대주주 일가의 전체 주식자산은 17조7700억원이고 담보비율은 37.4%로 높아진다. 이때 대주주 일가의 상장사 보유 주식은 10일 종가 기준이며 주식담보비율은 보유 주식자산 대비 담보 제공된 주식가치로 계산했다.
이들 그룹중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두산이었다. 주식자산 9400억원 중 8940억원 어치가 담보로 제공돼 주식담보비율이 95.1%에 달했다.
두산은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해 박용성 회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만 회장 등 3∼4세 경영진 15명이 보유한 두산과 두산건설[011160] 주식 대부분이 금융권에 담보로 설정돼 있었다.
또 유동성 위기를 겪은 동부와 한진이 대주주 일가 주식의 90% 이상을 담보로 잡혀 있다. 동부는 김준기 회장 등 대주주 일가 4명이 동부건설, 동부CNI, 동부제철,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주요 계열사 보유 주식가치 1조960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주식담보비율은 90.9%다. 한진은 조양호 회장 등이 상장사 지분 1600억원 중 1460억원어치를 담보로 제공해 90.1%에 달했다.
태광의 경우 주식담보비율이 88.3%였다. 중병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호진 전 회장의 경우 담보 제공된 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공탁(금전·유가증권·기타 물품을 공탁소에 맡기는 것)했다.
그런가 하면 효성은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비율이 73.1%였고 한화와 금호아시아나가 각각 66.8%와 66.6%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CJ 46.0% ▲동국제강 27.4% ▲LS 26.9% ▲OCI 19.0% ▲GS 18.3% ▲LG 12.6% ▲SK 12.4% ▲한라 11.2% ▲현대 10.5% ▲코오롱 1.1% 순이었다.
반면 삼성, 현대차를 비롯해 롯데, 현대중공업, 신세계,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KCC, 한국타이어, 한진중공업 등 11개 그룹은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내역이 없었다.
한편 주식담보대출은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로 투자심리 위축이 일어날 수 있고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권의 반대매매(대여금 회수)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심할 경우에는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