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그동안 안전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안전에 역점을 두고 123층을 짓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처럼 고개를 숙여 사과했음에도 또 다시 고개를 숙일 위기에 처했다. 불과 며칠 전 제2롯데월드 100층 도달을 자축하는 성대한 행사를 열고 그동안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시민들을 놀라게 한 점을 사과했던 신 회장.
그가 ‘안전’을 강조한지 하루 만에 다른 현장에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난처한 상황에 직면한 것. 더욱이 사고발생이 롯데건설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업계 일각에선 신 회장의 지시가 롯데건설에선 통용되지 않는다는 비아냥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신 회장의 지시를 무색하게 만든 롯데건설의 대형 인명사고는 100층 건축을 돌파한 자축행사를 벌인지 하루 만인 25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부근 도로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당한 안타까운 사고다. 이날은 그가 안전에 대한 당부와 지시를 내린 날이기도 하다.
롯데건설은 그동안 신 회장의 속을 상당히 태워왔다. 신격호 총괄 회장의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각종 사망사고를 불러온 게 대표적이다.
실제 제2롯데월드는 지금도 안전과 관련된 사건과 사고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망사고와 부실공사 의혹으로 얼룩진 게 이유다.
지난해 12월 16일 인명사고에는 제2롯데월드 콘서트홀 공사 현장에서 비계 해체 작업을 하던 30년 경력의 인부 1명이 추락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보다 앞선 10월에는 쇼핑몰 인테리어 부착물이 추락해 직원 1명이 세상을 떠났고 같은 해 4월에는 냉각수 배관기압을 확인하던 인부 1명이 사망했다. 2013년 6월에는 제2롯데월드 거푸집 장비 추락으로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각종 안전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롯데월드몰 쇼핑몰 내 1층 반고흐 카페 매장 옆 8번 출입문이 이탈됐고, 지난해 12월에는 대형 출입문이 넘어져 20대 여성을 덮치기도 했다.
임시개장 직후인 지난해 10월 롯데월드는 바닥균열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으며 이어 수족관(아쿠아리움)에서는 누수 현상까지 나타나 부실공사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영화 상영관에선 진동이 느껴진다며 관람객이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져 연이은 안전 논란에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 여파로 롯데시네마도 영업정지 상태가 됐으며 롯데월드몰 방문객이 개장 초기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이 신 회장에게 ‘불효’를 하고 있는 것은 또 있다. 지난 2013년 5월 김포한강신도시 Ac-13블록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2013년 담양댐 뚝높이기사업 토목공사에서도 1명이 세상을 떠났다.
롯데건설의 이 같은 참사 행진(?)을 접하면서 일각에선 ‘롯데건설 공사현장은 사람잡는 현장이냐’는 비난이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롯데건설이 시공한 건물은 입주하기 껄끄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롯데건설은 신 회장까지 직접 나서 강조한 ‘안전’을 공염불이 되게 만들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분위기다. 아울러 그의 영향력이 롯데건설 현장에선 전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게 했다.
신 회장의 ‘안전’에 대한 지시를 사실상 의미 없는 메아리로 만들어버린 롯데건설과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인 김치현 사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신 회장을 어떻게 구출해 낼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