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토크

“상황에 따라 다르게 웃기기”

 

만나는 사람, 상황, 장소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거나 우울함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부싸움을 하고 아내 흉을 보는 상사에게 소크라테스의 말 중에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고, 나쁜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된다는 말이 있으니 철학자가 되시겠어요?”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위로가 되겠는가? 상사로서는 자기 아내를 악처라고 하는 것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 않겠는가?

 

물론 아주 친밀한 관계라면 위로로 들릴 수는 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전달되기도 한다.

 

특정 직업에 빗댄 유머

 

정치인이나 특정 직업과 연관된 유행어는 인기가 있다. 하지만 동석한 사람 중에 그 직업을 가졌거나 친인척 중에 연관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당사자는 듣기 거북할 것이다. 괜히 말 한마디로 다른 사람에게 눈치 없는 사람’, ‘주책없는 사람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유머

 

머리카락이 별로 없는 사람을 빗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머리카락이 한가운데만 빠진 사람을 소갈 머리 없는 사람’, 가운데만 머리카락이 있는 사람을 주변머리 없는 사람’, 군데군데 머리가 빠진 사람을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만약 동석한 사람 중에 머리숱이 별로 없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말이다. 말하는 사람은 악의없이 단지 유행하는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하겠지만, 듣는 사람에겐 유머를 빙자해 인신공격한다는 큰 오해까지 낳을 수도 있다.

 

화자는 청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말하기를 해야 건강한 소통을 이룰 수 있다. 즐거움과 건강을 만드는 웃음을 위해 시작된 유머가 듣는 사람에겐 신세 한탄이 되거나, 자신을 비하하려 한 다는 생각을 준다면 그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사회현상에 빗댄 유머

 

사회와 연관된 슬픈 말은 좋은 유머가 아니다. 박사 출신들이 너무 많아서 취직이 어려운 상황을 빗대어 말할 때 요즘은 개나 소나 박사라지요라고 하거나, 명예퇴직이 많은 요즘 시대를 설명하며 삼식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하루에 두 번 집에서 밥을 먹으면 마누라한테 이식이란 호칭을 듣고, 삼시 세끼 다 챙겨 먹으면 삼식이랍니다라고 말하는 건 아주 가까운 사람들끼리야 시대 탓을 하며 공감을 이루어 낼 수 있지만, 명퇴를 숨기고 웃으려 애쓰고 있는 사람이 동석해 있다면 분위기는 곧 우울해질 것이다.

 

사회가 어려워지면 사회를 빗댄 말들이 유행처럼 번진다. 하지만 그 말이 웃음의 소재로 쓰인다면 자신의 아픔을 비밀처럼 숨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이 아닌 가슴으로 흘리는 눈물이 될 것이다. 또한 그 자리는 즐거운 대화의 장이 아니라 아픔의 자리가 될 것이다.

 

좋은 유머는 가슴에 눈물을 남기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 또는 상대가 현재 어떤 상황인가를 고려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택해서 전달해야 즐거움이나 위로의 정을 나눌 수 있다. 함께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유머의 힘

 

어느 날 링컨이 길을 걷는데, 한 남자가 그의 얼굴에 총을 겨누며 쏠 것처럼 위협했다. 링컨은 너무 놀라 무슨 일이오?”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는 나보다 못생긴 사람을 보면 쏘겠다고 맹세 했소!”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때 그 말을 듣고 링컨은 웃으며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 쏘시오. 내가 당신보다 못생긴 게 사실 이라면 나도 살고 싶지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남자가 총을 쏠 수 있겠는가. 위험 상황을 슬기롭게 넘길 수 있는 것 또한 유머의 힘이다.

 

[정혜전의 오피스토크는

 

도서출판 비전코리아가 출간한

 

<착한 말, 착한 대화>

 

내용으로 연재합니다.]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