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어소시에이츠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엘리엇의 공세에 대해 삼성물산의 방어전이 치열한 가운데 일부 소액주주 등이 엘리엇 진영에 힘을 보태고 제일모직 대주주인 KCC가 삼성물산 백기사 제스쳐를 취하는 등 진영 대결로 확전 양상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의 주총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기일은 오는 19일로 예정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9일 오전 11시에 엘리엇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심문을 진행한다.
주총 결의금지는 이사진과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는 조치로 가처분소송 내용에는 삼성물산 주총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결정되지 않도록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의 주총은 오는 7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엘리엇은 지난 9일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데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이에 따라 엘리엇은 합병안이 진행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늘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등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면서 “이 같은 조치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이 제기한 주총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 “법원으로부터 관련 가처분 신청서는 아직 송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물산은 법적 절차가 시작될 것을 염두해 두고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가처분 소송의 경우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엘리엇의 공세가 시작되면서 삼성물산의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번 합병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엘리엇의 합병 반대 주장에 동의하는 소액주주 연대가 만들어져 의결권을 모으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이미 340여 명의 소액주주가 47만여 주의 합병 반대표를 모은 상태다.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이 26.63%에 달해 외국인 주주의 움직임이 어떤 방향타로 흐를지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이번 합병은 불리한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후 삼성물산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 등에도 합병 반대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물산의 진영도 갖춰지는 모양새다. 제일모직의 2대주주인 KCC가 삼성물산 주식은 0.2% 사들이면서 사실상 백기사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KCC는 엘리엇의 공세가 시작된 이후 지난 8일 삼성물산 주식 0.2%(약 230억원)를 시장에서 매입했다. 여기에 삼성SDI(7.18%) 등 삼성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1.37%) 지분을 감안할 때 엘리엇의 행보가 크게 부담인 상황은 아니다. 삼성물산 2대 주주인 국민연금(9.79%)의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한편 삼성 주변에선 엘리엇의 이 같은 행보가 여론을 흔들면서 삼성물산의 주가를 올리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10일 오전 10시 현재 전 거래일 대비 8.09%(5500원) 오른 7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