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삼성전자가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따라 상반기 글로벌전략협의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전략협의회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삼성전자 임원들이 수원 본사에 모여 경영상황을 점검하고 하반기 전략을 수립하는 회의다. 메르스 사태가 경영 전반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온 셈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주부터 다음달 초까지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던 사업 부문별 상반기 글로벌전략협의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이 협의회에는 해외 각 국에서 근무 중인 삼성전자 임원 700여명이 참석한다.
삼성전자는 당초 오는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소비자가전(CE) 및 IT·모바일(IM) 부문, 다음달 초에는 부품(DS) 부문의 글로벌전략협의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이번 협의회에서 IM부문은 4월 출시된 갤럭시S6와 S6 엣지의 글로벌 판매량을 점검하고 하반기 출시될 갤럭시 노트5 및 첫 원형 스마트워치(일명 오르비스) 등 신제품 판매 전략을 점검할 방침이었다.
DS부문은 반도체 등 글로벌 메모리 수요·공급 문제를 논의하고 시스템반도체의 시장 확대 방안을 이번 협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었다.
CE부문은 올해 출시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SUHD TV 및 셰프 콜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 수익성 증대 방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계획이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전략협의회를 연기할 것은 이례적이다. 이 협의회를 통해 한해 농사 계획을 확정하고 전략 전반을 구체화하는 자리로 전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회의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08년 삼성특검 때를 제외하고는 협의회를 연기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전세계 임원들이 국내에 모이는 만큼 혹시 모를 메르스 감염 우려와 더불어 해외 각 국으로의 확산 차단에도 신경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의 메르스 사태에 대해 해외 각 국의 우려가 큰 만큼 굳이 각 국에서 근무 중인 임원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우려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한편 이번 협의회 연기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메르스 확산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부상한 데다 의료진의 확진자까지 속출하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조기 진화를 독려하고 악화된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확산돼 죄송하다”며 “사태를 빨리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