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한파로 국내 그룹들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재벌그룹이 보유,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들이 부진한 매출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나마 자사 손실로 그치면 다행이지만 계열사들의 도움으로 매출을 보존 받으며 일각에서는 그룹 내 미운 오리새끼로 거론되는 경우도 있다. <kjtimes>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리던 골프장이 부진한 매출로 인해 계열사 매출에 의존, ‘애물단지’로 전락한 실태를 취재했다.<편집자 주>
[kjtimes=견재수 기자]재무구조 개선 노력 중인 신세계건설[034300]이 지난달 사모(私募)로 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생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추진한 골프장 사업을 우려하는 시각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세계적인 프리미엄 골프장을 지향하며 출발했지만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형제 회사’들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것이 현실이라는 목소리다.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25일, 공시를 통해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영구채는 2년 만기 조기 상환 조건이 붙어 있지만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업체의 요청에 따라 계속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해진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불린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영구채 발행이 시급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투자자에게 연 5.3%의 고금리를 지급해야 하고 만기 연장되는 2년 후부터는 2.5%의 추가 이자가 더 붙기 때문에 조기상환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채비율 작년 말 기준 2282%
문제는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이 작년 말 기준 2282%나 된다는 점이다. 지난 5년 전(2010년)보다 무려 14배나 증가했다. 공교롭게도 3년 전부터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추진한 고급회원제 골프장인 ‘트리니티 CC’ 건설을 위해 2500억원을 투자했던 시기가 부채 비율이 급증했던 시기와 겹친다.
트리니티 CC는 개장 이후 골프장 관련 홍보를 거의 하지 않는 일종의 ‘신비주의 마케팅’을 전개했다. 15억원에 달하는 정회원 입회금에 연회원 이용료는 7000만원 수준일 정도로 고급회원제로 운영된다.
신세계그룹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골프 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그런 큰 무대에 견줄 만한 명성의 골프장이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세계적인 명성을 갖춘 프리미엄 골프장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익 사업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안팎에서는 운영사인 신세계건설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골프장을 운영한다는 점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골프장의 영업 손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세계적인 골프장만을 외치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녹녹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세계건설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137억원의 매출에 12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4억원, 영업손실 2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계열사를 통한 매출이 8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9%나 되는 가운데 거둔 실적이다. 세계적인 명성의 골프장을 지향했지만 정작 ‘집안 식구’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셈이다.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 결정 이전인 작년 10월에도 1000억원 규모의 CB(영구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모회사 이마트의 난색으로 무산됐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최대주주(32.40%)이자 신세계건설이 운영하는 골프장의 VIP 고객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마트가 이들 골프장을 이용하며 지출한 돈은 63억원으로 타 계열사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럼에도 CB 발행에 난색을 표한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프리미엄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집안 식구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골프장뿐만 아니라 운영사인 신세계건설도 내부의 도움으로 성장하는 종전의 프레임에서 신속히 벗어나야 지금보다 더 큰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주가는 3년만에 1만3950원에서 7만원 ‘껑충’
그런가 하면 재계 또 다른 일각에서는 신세계건설이 명문 골프장을 지향하면서 수익사업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입장에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이면에는 계열사들의 협력(?)으로 신세계 오너 일가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시각이 자리를 하고 있다.
7월 3일 현재 신세계건설의 최대주주는 이마트(32.41%)다. 2대 주주인 이명희 회장과 9.49%, 정용진 부회장 0.80% 등 특수관계인의 보유지분은 10.30%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마트의 지분구조인데 이명희 회장 17.30%, 정용진 부회장 7.32%, 정유경 상무 2.51% 등 이명희 회장 일가가 27.13%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신세계건설의 주가다. 신세계건설은 2일 종가기준으로 7만원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3년 전인 2012년 7월 2일 종가는 1만3950원이었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주식가치는 급상승한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실적은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계열사들의 협력은 신세계건설의 매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작 협력에 동참한 계열사들에는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치는 만큼 신세계건설의 독자적 행보가 요구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