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서울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와 계열사인 서영이앤티의 서초동 사옥. 전날인 7일 이곳에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10여명이 찾아왔다. 그리고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이번 조사 목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알려진 것은 공정위가 박문덕 회장과 박태영 전무 등 총수일가의 서영이앤티 지분이 99.91%에 달하는 상황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하고 수의계약 등 불공정한 방식으로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2세 밀어주기’라는 불편한 진실을 들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나오는 점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 착수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서영이앤티’다. 이 회사는 생맥주를 담는 통인 ‘케그’와 냉각기 같은 맥주 관련 장비를 제조하는 비상장사다.
8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영이앤티의 지분구조는 박문덕 회장 14.69%, 박태영 하이트홀딩스 전무(박 회장의 장남) 58.44%, 박재홍 서영이앤티 이사(박 회장의 차남) 21.62%, 박문효(박 회장의 동생) 5.16%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너 일가가 99.9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인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인 20%(비상장사 경우)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매출액 506억원 중 203억원이 하이트진로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매출액이다. 전체 매출액의 40.1%에 해당한다. 앞서 2012년에는 매출 1118억원 중 1086억원이 하이트진로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97%다. 게다가 지난 2007년 매출액이 142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신장세를 보여줬다.
문제는 이번 공정위 조사 착수로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자있던 ‘2세 밀어주기’ 의혹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서영이앤티가 그룹의 2세 승계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는 시각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2대주주다. 지난 2010년 7월 삼진인베스트를 흡수합병하면서 보유한 지분이다. 하이트홀딩스의 1대 주주는 박 회장으로 29.49%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이 같은 구도에 대한 업계의 시선을 그리 곱지만은 않다. 그룹지주회사의 지분을 박 회장과 비슷한 비율로 나눠가지면서 서영이앤티의 대주주인 박태영•박재홍 형제들이 하이트그룹의 실질적인 대주주로 포진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시선이 또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는 서영이앤티의 그동안 행보에 있다. 서영이앤티가 지난 3년간 박 회장 형제와 두 아들에게 배당한 금액은 18억원 가량이다. 앞서 이들에게 2008년에는 14억4892만원을, 2007년에는 11억5500만원을 나눠줬다.
그룹이 나서 박 회장의 아들들을 밀어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아무쪼록 이번 공정위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부식시키고 글로벌 주류기업을 만들겠다는 대의를 지켜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