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코앞으로 다가온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17일)를 앞두고 삼성그룹이 총력전 태세에 돌입했다.
이번 주총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의결하게 된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반대를 주도한데다, 국제의결권자문기관(ISS)이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표 대결은 안갯속인 상황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위 경영진은 물론 삼성물산 임직원을 대거 동원해 찬성 표 모으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미국 선밸리로 떠날 예정이던 이재용 부회장은 출장 일정을 하루 미루고 8일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등과 함께 박유경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네덜란드연기금) 아시아지역 지배구조 담당 이사를 면담했다.
이날 만남은 당초 예정에는 없었으나 삼성 측의 요청으로 급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연기금의 협조를 구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주주친화 정책 등에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출장 일정을 미뤄가면서 네덜란드연기금과 회동한 것은 외국인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네덜란드연기금은 삼성물산 지분이 0.3% 수준이지만 세계 3위 규모의 자산 운용의 공룡이라는 점에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이 부회장은 미팅 이후 미국 선밸리에서 8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비즈니스 회의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길에 올랐다.
삼성물산 역시 주총을 앞두고 전사적인 찬성 표 모으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직원을 동원해 소액주주들을 직접 찾아가 위임장을 권유하는 설득 작업을 펼치고 있다. 권유 대상은 삼성물산 지분을 수천 주 이상 보유한 소액주주들이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모임 카페 등에는 이 같은 현상을 증언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부장부터 과장, 대리까지 다양한 직급의 삼성물산 직원이 집을 여러 차례 찾아와 위임장에 동의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글부터 삼성물산 직원이 문 앞에 수박 한 통을 두고 갔다는 증언까지 등장하고 있다.
삼성 사장단도 표심 잡기를 거들고 나서고 있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8일 수요 사장단협의회 참석차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합병이 된다”며 국민연금에 읍소했고,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도 ISS의 합병 반대 권고에 대해 “합리성이나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일모직(46%)고 삼성물산(5%)을 주주로 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김태한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우리 제약사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합병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삼성물산 주요 주주 중에서 현재 엘리엇(7.12%)과 메이슨(2.2%), 일성신약(2.05%) 등이 반대 의견을 표명한 상태이고, 삼성물산 1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 11.61%)은 입장을 정하기 위해 심사숙고를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