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와 감자칩은 미투(me too) 상품이 많은 대표적인 제품이다. 미투 상품은 업계 1위 브랜드나 소위 ‘히트’를 친 원조 제품을 모방한 제품으로, 다른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한 것을 일컫는다. 1위 브랜드의 독주를 견제하고 시장 규모를 확대한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신제품을 만들 때 기업이 가장 고민하는 각종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선발업체의 인기에 편승한다는 비도덕적 상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 <kjtimes>는 국내 대표 제과업체들을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시선을 되짚어 봤다.[편집자주]
[kjtimes=견재수 기자]시장에서 히트를 치는 제품이 출시되면 경쟁사들은 곧바로 미투 상품을 내놓는다. 대표적이 적인 사례가 초코파이가 있다. 지난 1974년 오리온에서 처음 출시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초코파이는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장수 상품이다.
초코파이가 처음 출시 된 지 5년 후부터 경쟁사에 의해 미투 상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현재 원조인 오리온은 롯데제과와 해외에서 초코파이 시장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초코파이의 인기에 신속히 대응해 원조 제품을 위협하며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구개발 없이 시장 선도 브랜드를 베끼고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상도의를 무시하고 자사의 이익을 위한 ‘무한 이기주의’ 중심에 국내 제과업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롯데제과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롯데제과뿐만 아니라 다른 제과업체들도 매출 확대라는 경제 논리 앞에서 미투 상품 출시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하지만 롯데제과의 연이은 베끼기 논란은 타 업체와 비교할 때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업계 1위라는 점에 기인한다.
초코파이에 이어 대표적인 제품이 ‘빼빼로’다. 롯데 빼빼로는 1960년대 중반 일본 업체의 ‘포키’라는 제품과 흡사한데 생김새는 물론 포장까지 비슷하다. 포키가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제품 일부분을 변경하자 롯데도 기존 빼빼로에서 업그레이드 된 빼빼로를 출시, 베끼기 의혹은 더욱 거세졌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시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은 달콤한 감자칩 미투 상품도 출시했다. 당초 출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꿀먹은 감자칩’을 시장에 내놓았고, 한발 더 나가 오래전부터 판매하고 있는 대표스낵 ‘꼬깔콘’에 단맛을 추가하는 전략도 폈다.
업계에서는 당초 롯데가 기존 제품에 단맛을 추가하는 정도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제품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단맛 감자칩 열풍이라는 대세를 따른 것이라는 관측을 했다.
하지만 경쟁사 농심의 단맛 감자칩 ‘수미칩 허니머스타드’가 출시 일주일 만에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과 달리 롯데는 ‘꿀먹은 감자칩’으로 월 10억원 가량의 매출에 만족해야 했다.
롯데의 음료계열사인 롯데칠성도 홍콩 대표 배우 주윤발을 앞세운 CF로 유명한 밀키스를 선보이며 제과에 이어 미투 상품 출시에 동참했다. 롯데칠성은 코카콜라가 1984년 ‘암바사’를 출시한 이후 5년 만에 ‘밀키스’를 선보였다. 밀키스는 베끼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암바사를 누르고 1위를 지켰다.
사실 롯데제과의 이 같은 미투 마케팅은 업계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선두업체로부터 소송까지 당하기도 했을 정도다. 지난 2008년 크라운제과가 주력제품인 '못말리는 신짱'의 상표권을 두고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 대표적인 실례다.
당시 크라운제과는 자사 주력제품인 ‘못말리는 신짱’의 상표권을 ‘크레용 신짱’으로 이름만 살짝 바꿔 무단으로 사용한 롯데제과에 대해 ‘상표 사용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롯데제과는 국내 제과업계 1위 업체이면서도 경쟁업체의 주력, 비주력 제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미투 제품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오던 행태의 결정판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편 업계일각에서는 이 같은 미투 제품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경기 침체로 기업의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신제품 개발에 비용을 투자하는 위험 요소를 안고 가는 것보다 안전한 선택을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하지만 독창적이 아이디어로 히트 상품을 만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미투 제품이 나와 선발 업체 입장에서는 경쟁사의 비도덕적 상술에 화도 나고 신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꺾일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투상품들이 원조상품의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포장 덕에 원조상품과 같은 상품인 척 둔갑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미투상품이 늘어나면 원조상품을 생산한 기업은 상품개발을 위해 투자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의지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또 “미투제품이 넘쳐나다 보면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그 제품이 그 제품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박혀 반짝 소비에 그치면서 전체적인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투상품이 나오면 당장 매출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원조업체들로써는 답답한 상황이 펼쳐지고 초반 미투 이슈를 양산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모방업체를 비롯한 원조업체까지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고 언급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미투상품을 만드는 것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으로 이미 선두업체가 넓혀놓은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사보다 적은 자금을 통해 금방 수익을 얻고 시장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롯데제과의 미투 마케팅에 시선이 곱지 않는 것은 막강한 자본력과 강력한 유통망으로 중소기업이 오랜 노력 끝에 출시한 제품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데 있다”면서 “시장 전체가 살아남으려면 막강한 자본력과 힘으로 시장을 지배하려 하기보다 신제품 개발에 주력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