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올 들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원톱 체제로 가는 듯했던 경영 구도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의 반격을 계기로 급변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지난달 27일 일본행을 통해 차남인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임원해임을 지시했다. 그리고는 같은 달 30일과 31일 국내 방송매체를 빌려 한일 롯데 경영권에서 손을 떼라는 강경 메시지를 띄웠다.
신동빈 회장은 이에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조부인 신진수씨 제사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일본에 머물고 있다. 그러면서 한일 롯데그룹의 핵심 지배 고리인 일본롯데홀딩스에서의 영향력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 회장의 이런 행보는 향후 경영권 다툼의 승부처인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는 법적인 해결책 모색으로 비쳐지고 있다. 실제 재계에선 향후 롯데그룹의 후계 다툼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로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총을 꼽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기존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면 결국 롯데홀딩스에서 표 대결로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단 주주총회 개최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달 28일 신 회장 주도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한 것과 관련해 정관 변경의 필요성 있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힌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롯데홀딩스 임원 교체 안건이 튀어나올 수 있고 그와 관련한 주총의 선택에 따라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신동빈 회장 측은 일단 명예회장 추대와 관련한 정관 개정에는 찬성하지만 임원교체 안건 처리를 위한 주총 개최는 불가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일 롯데의 핵심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가 베일에 싸여 있어 임원교체 안건 처리를 위한 주총이 열린다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재계에선 무엇보다 주총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지만 주주들은 신 총괄회장의 경영판단에 주목할 것으로 보여 결국 그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일주일 전 롯데그룹 분쟁이 불거졌을 때 롯데홀딩스 지분은 신 총괄회장이 28%, 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소규모 포장재 회사 광윤사가 27.65%, 신동주·동빈 형제가 각 20% 안팎을 가진 것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다른 주장을 했다. 그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 회사가 33%를 지닌다. 나는 2% 미만이지만 32% 넘는 종업원 지주회를 합하면 3분의 2”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신동빈 회장 측은 주총 개최를 선뜻 내켜 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신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장남 신 전 부회장은 가능하면 이른 시기에 임원 교체를 위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신 부회장이 조부 제사에 불참하면서까지 수일 째 일본에 체류하는 것은 주총 표 대결을 염두에 두고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진 친족과 주주의 표심을 관리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총은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때문에 신동빈 회장 주도의 이사회가 선선히 주총 개최를 승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주총을 두고서 작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며 가장 큰 변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